[사회] 연말 상사 일까지 떠맡아 돌연사…법원 “업무상 재해”

중앙일보

입력

연말에 상사의 업무까지 떠맡아 일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대기업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2011년 12월 사망한 H사 김모 과장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지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김 과장은 2011년 말 출근 준비를 하던 중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고 호소하다 의식을 잃었다.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패혈성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김 과장의 아내는 “남편이 사망 2∼3개월 전부터 업무가 급격히 증가해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인정하지 않자 2013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업무 가중과 스트레스로 망인의 고혈압, 고지혈증이 자연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됐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9월 당시 11명의 팀원 중 김 과장의 상사 2명이 해외로 교육을 나가게 되면서 김 과장이 이들의 업무까지 맡게 돼 숨지기 전까지 2개월 남짓 하루 평균 12시간 가까이 일한 점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각종 결산과 내년 사업계획 보고 등이 몰린 연말이었고 인원이 이듬해 충원되는 만큼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과로가 뇌ㆍ심장 혈관의 정상 기능에 영향을 줘 심부전, 패혈성 쇼크로 사망에 이른 만큼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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