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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법시험 논란 없애려면 고비용 로스쿨 구조 개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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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법무부가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유지키로 한 것은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2009년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면서 사법시험의 존치 여부를 놓고 의견 대립을 겪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일반 법과대학 교수로 구성된 대한법학교수회는 존치를 주장한 반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로스쿨 교수들은 정반대의 의견을 보였다.

 특히 젊은 세대의 취업난이 계속되고, 이를 빗댄 ‘흙수저-금수저론’이 나오면서 로스쿨이 고위층 자제들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陰敍制)의 온상인 것처럼 비판을 받았다. 최근 신기남 의원이 졸업시험에 탈락한 아들을 위해 해당 로스쿨 교수들에게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정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논란의 핵심은 저소득층에겐 로스쿨 비용이 큰 부담이기 때문에 사법시험을 통해 ‘개천의 용’이 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기회 균등의 원칙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법무부의 이번 발표에는 근본적 해결책이 담겨 있지 않다. 4년 유예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아무런 조정 기능도 하지 않다가 정기국회 막바지에 깜짝쇼처럼 정책을 바꾼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법무부가 정부 정책을 신뢰한 로스쿨 진학자 1만4000여 명과 그 가족을 무시한 채 떼법을 용인한 것은 믿음의 법치를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법무부는 앞으로 4년 동안 사법시험 폐지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로스쿨 도입의 당초 취지처럼 고시낭인을 없애고 법조인들을 효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적·사회적 계급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해 로스쿨 선발 방식과 장학금 제도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약자들의 진입장벽을 없애기 위해 등록금을 낮추고,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논쟁이 구시대적인 계급론에 비유되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