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근로자 절반이 1년 못 버티고 이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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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모(26)씨는 중소기업에서 9개월 정도 일하다 지난해 12월 그만뒀다. 이후 업종 전환을 염두에 두고 새롭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권씨는 “갑갑한 조직 문화와 과도하게 잦은 회식 때문에 더 버틸 수 없었다. 돈 문제가 급해 적성을 생각하지 않고 취직한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묻지마 취업’ 적성 안 맞아
첫 직장이 비정규직인 탓도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젊은이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4년 임금 근로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임금 근로자 중 1년 전과 같은 직장에 계속 다니는 사람의 비율은 52.2%에 불과했다. 나머지 47.8%는 신규 채용됐거나 이직한 경우였다.

 이에 비해 30대의 경우 1년 이상 동일 회사에 재직하는 비율이 73%에 달했다. 40대와 50대도 70%대를 기록했다. 60대(64%) 역시 20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강유경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20대의 경우 첫 직장에 대한 불만으로 이직을 결정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취업난 때문에 ‘스펙’에 맞춰 ‘묻지마 취직’을 했다가 조기 퇴직한 청년이 많다는 의미다. 또 통계청은 비정규직 일자리의 증가도 잦은 청년층 이직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사는 행정자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근로소득 신고자 ▶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건강보험 등의 직장 가입자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만 포함했다. 이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근로자들까지 고려하면 회사를 빨리 떠나는 20대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강 과장은 “이번 조사 대상에선 제외돼 있지만 비정규직 등 단기 일자리에 취업했다가 이직하는 청년층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젊은 층 일자리보다 장년층 이상의 고용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20~30대 임금 근로자 수의 증가율이 바닥권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행정자료를 기반으로 파악한 총 임금 근로자는 1705만3000명으로 전년의 1649만6000명에서 3.4% 늘었다. 하지만 20대와 30대 근로자의 증가율은 각각 2%와 0.5%였다. 반면 50대는 6.4%, 60대 이상도 10.3%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세종=조현숙·김민상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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