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거침없는 개혁 그러나 집권 후반 IMF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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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말이다.

YS는 1993년 2월 25일 대통령이 됐다. 1961년 5·16 이후 31년간 지속된 군사 정부를 끊고 문민 시대를 열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개혁의 칼날을 거침없이 휘들렀다. 군 개혁은 주효 화두였다. 그는 군을 장악하고 있던 '하나회'를 해체했다. 하나회는 1979년 12·12 쿠데타를 주도했고, 주요 요직을 죄다 장악하고 있었다. 주변에선 '섵부른 접근'을 말렸지만 그는 거침 없었다. 율곡비리 등 군의 대형 비리도 속속 파헤쳤다. 고위공직자들도 개혁 대상이었다. 그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는다는 취지로 1급 이상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검은 돈의 흐름을 막겠다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던 시점에 '금융실명제'를 전격 도입했다.

이런 일련의 개혁은 여론의 큰 호응을 받았고, 지지율이 90%를 넘기도 했다. '역사 바로세우기'도 그가 내건 주요한 과제였다. 조성총독부 건물이던 중앙청을 철거했다. 특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선 부정부패와 12·12에 대한 죄를 물었다. 1995년 검찰이 수사를 착수한 지 2년 뒤인 1997년 대법원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의 형을 확정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는 평탄치 못했다. 1997년 초엔 한보철강,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의 부도가 줄을 이었다. 특히, 총애하던 아들 김현철씨의 권력형 비리가 속속 드러났고, YS는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수모를 겪었다. 1997년 후반기엔 국가 부도사태가 발생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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