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집 100억대 강도사건 축소 의혹

중앙일보

입력

현대 측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줬다는 양도성예금증서 1백50억원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金榮浣)씨 집에 침입한 떼강도 사건이 경찰과 金씨에 의해 사실상 은폐돼왔음이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수사 계통에 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의 외압론까지 제기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金씨가 서울 평창동 집에서 현금 7억원과 채권.수표 등 1백여억원을 털린 건 지난해 3월 31일(본지 6월 23일자 1면)이다. 피해액은 당초의 90억원대보다 많아 1백억원이 넘는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그러나 관할 서대문경찰서는 사건을 1년2개월이 지나도록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에 보고하지 않았음이 이날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고위 간부는 "중앙일보 보도를 보고서야 사건을 처음 알게 됐다"면서 "당시 사건 보고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수사 간부는 "부유층 주택가에서 떼강도가 현금만 7억원이 넘게 털어간 사건을 보고하지 않은 건 관행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즉시 보고가 필요한 '중요 범죄'로 분류될 사안이었던 만큼 고의적인 보고 누락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서대문경찰서는 또 2개월여 만에 현장 실행범과 공범 등 9명 중 7명을 붙잡았으나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범인을 다 잡은 뒤 상급기관에 보고하고 언론에도 알리려 했으나 공범 검거가 늦어져서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청와대와의 교감설이 나오면서 이 같은 경찰의 해명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의 경찰 관계자는 "수사 사실을 극비에 부쳤던 이유를 나중에 들어보니 당시 경찰 수사라인에 청와대 쪽 압력이 접수됐기 때문이었다"면서 "지시를 받은 경찰 고위 간부 몇몇이 앞장서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인 金씨의 경찰 신고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경찰에 따르면 金씨는 사건 다음날인 4월 1일 운전기사를 통해 피해액을 액면가 90억원대의 채권은 숨긴 채 현금과 자기앞수표.달러화 등 10억원으로 축소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다가 金씨가 4월 18일 "명동 사채시장에서 내가 빼앗긴 채권이 거래되고 있다"고 뒤늦게 알려 본격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히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金씨가 사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고 간곡히 부탁했었다"고 밝혀 배경에 의문이 쏠리고 있다.

한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강탈당한 금품과 현대 측이 朴씨에게 준 1백50억원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당시 수사자료를 입수해 분석했지만 두 돈의 연관성을 찾아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김정하.전진배 기자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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