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반도를 적신 가을비가 평년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은 이달 16일 기준으로 전국 평균 강수량이 90.9㎜를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30년 동안 내린 강수량의 평균값(26㎜)과 비교해 3.4배 많은 비가 이달 들어 쏟아졌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원과 경남·북의 강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달 들어 강원도에는 147㎜의 비가 내려 평년(32.3㎜)과 비교해 강수량이 4.2배 늘었다. 경남과 경북도 평년과 비교해 각각 4배, 4.3배 강수량이 늘었다. <그래픽 참조> 20일에도 전국에 걸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올해는 가을비가 유독 많이 내린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강수량 증가와 함께 비가 내린 횟수도 늘었다. 서울의 경우 일강수량 기준으로 5㎜ 이상 비가 내린 날짜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4일과 3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서는 이달 19일까지 5㎜ 이상 비가 내린 5일이었다.
이달 들어 가을비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뭘까. 적도 인근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El Nino)가 강수량 증가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서경환 교수는 “강수 원인 대한 개별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엘니뇨가 심해지면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성이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997~98년, 82~83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강력한 엘니뇨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16일 발표했다. WMO에 따르면 적도 인근 엘니뇨 감시구역의 10월 해수면 평균 온도는 평년보다 2도 높았다. 엘니뇨는 세계적인 이상 기후를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호주와 인도에 가뭄이 나타나고 중남미에는 폭우가 발생한다.
한반도 날씨 역시 엘니뇨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뚜렷한 경향성이 없어 엘니뇨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뒷따르고 있다. 일례로 엘니뇨 지수가 역대 가장 높았던 97~98년 한반도 겨울철 날씨는 평년보다 따뜻했고 강수량이 많았다. 하지만 엘니뇨 지수가 두 번째로 높았던 82~83년은 기온이 평년보다 낮았고 강수량에선 큰 변화가 없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엘니뇨로 인해 평년보다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건 맞지만 가을비와 엘니뇨를 연관짓기 위해선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올해 11월 강수량 및 평년 대비 비율
지역
11월 강수량(단위: ㎜)
11월 평년 강수량(단위: ㎜)
평년대비 비율(배)
서울·경기
79.5
30.9
2.5
강원
147
32.3
4.2
충북
85.3
25.4
3.3
충남
93
29.8
3.1
전북
63.8
28
2.2
전남
59.1
24.4
2.4
경북
91.6
22
4
경남
93.3
21.5
4.3
전국평균
90.9
26
3.4
자료: 기상청(이달 16일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