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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신수정 피아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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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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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나의 모든 아픔과 괴로움은 사라지고
그대의 입술에 입 맞출 때엔
나의 모든 상처가 나아버린다오.

-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 ‘서정적 간주곡-4번째’ 중에서

눈부신 5월 같은 젊음의 시
시간은 가도 음악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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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1학년 때 친구가 써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이 시를 처음 읽었다. 손으로 만든 카드, 우정만큼이나 아름다운 시였다. 서울대 음대 4학년 때인 1962년 같은 학년 테너 박인수 선생 독창회에서 ‘시인의 사랑’을 함께 연주하며 어렸을 적 그 시가 바로 하이네가 쓰고 슈만이 작곡한 음악의 네 번째 노래인 것을 알고 너무 반가웠었다. 빈으로 유학해 독일어와 조금씩 친해지며 비교적 난해하지 않은 하이네 시와 가까워졌다. 그 무렵에 산, 바로 이 시가 들어 있는 하이네의 『노래집』은 종이가 다 부스러져 나갔다.

 이 시는 하이네의 연시 ‘서정적 간주곡’ 65개 중 16곡을 골라 곡을 부친 것으로, 원래 피아노 곡을 많이 써 온 슈만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클라라와 사랑이 이루어질 무렵 작곡된 것이다. 수많은 가곡들은 시와 음악의 깊은 일치를 느끼게 한다.

 시집은 낡았어도 나의 젊음의 노래인 이 시는 아직도 내 가슴을 울리고, 5월이 오면 나는 10년 넘게 바리톤 박흥우 선생과 ‘시인의 사랑’을 연주한다. 파리를 가게 되면 몽마르트 묘지의 하이네 무덤을 찾기도 한다.

신수정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