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 인력부터 줄여라" 이번엔 勞-勞갈등 복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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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조흥은행 인수 과정에서 신한금융지주가 지나치게 많이 양보했다고 주장해온 신한은행 노조가 '합병 전에 조흥은행 직원의 인력 구조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건희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24일 "조흥은행의 합리적인 (인력)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합병에 반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李위원장은 이날 오전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노조 대의원 대회에서 많은 대의원이 조흥은행 인수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한은행 노조가 조흥은행의 인력 구조조정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조흥은행 파업의 여파가 두 은행 노조 간의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李위원장은 "조흥은행의 (인력)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조흥)노조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겠지만 (조흥은행의) CEO(은행장)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노조의 일부 대의원은 ▶통합 결정시 신한은행 노조와 먼저 합의하고▶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본계약 저지와 금융노조 탈퇴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노조가 '합병 전 조흥은행 인력 감축'을 요구한 것은 지난 22일 신한지주와 조흥은행 노조 간의 협상에서 합병 이후에도 조흥은행 직원의 고용을 최대한 보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합병시 인력 감축의 불똥이 신한은행 직원에게 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 노조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지도부가 업무 방해 등 혐의로 소환이 통보된 뒤 잠적한 조흥은행 노조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흥은행의 한 노조원은 "조흥은행 직원의 고용보장은 신한지주 경영진과 합의한 것이므로 신한은행 노조가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불만은 예상했지만 인력 감축이라는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 자칫 노동자끼리의 감정 대립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특히 신한지주와 조흥은행 노조의 합의문 문구에 논란의 여지가 많아 2년 후 통합이 추진될 무렵 신한은행 노조와 조흥은행 노조의 물리적.감정적 충돌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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