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구리엘 또 꺾은 정대현 "무슨 공을 던졌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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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슨 공을 던졌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정대현(37·롯데)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정대현이 쿠바의 강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31)과 7년만의 대결에서 또다시 승리를 거뒀다.

16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쿠바와의 프리미어 12 8강전. 7-2로 앞선 8회 말 쿠바 1번타자 루르데스 구리엘(22)이 차우찬으로부터 2루타를 때리자 김인식 감독은 곧바로 정대현을 투입했다. 점수 차는 크지만 쿠바 선수들의 기세를 꺾어야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정대현은 구리엘 3형제의 맏형인 유니에스키(33)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는 둘째인 율리에스키. 바로 정대현과 인연이 있는 그 선수였다.

두 사람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운명의 승부를 펼쳤다. 3-2로 앞선 1사 만루, 한국은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대현은 커브를 던져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구리엘은 지난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평가전을 위해 입국하면서 "정대현이 대표팀에 있었나? 몰랐다. (재대결할 생각에)잠을 자지 못할 것 같다"고 재대결을 별렀다. 평가전에서는 승부를 할 기회가 없었지만 공교롭게도 두 팀이 8강에서 만나면서 구리엘에게는 설욕의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정대현은 몸쪽 직구 이후 바깥쪽 직구를 던져 유격수 땅볼로 구리엘을 잡아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그대로 리드를 지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뒤 만난 정대현은 "무슨 공을 던졌는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감흥은 없다. 내 공이 좋았나보다"고 말했다.

타이중(대만)=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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