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찾는 돈 672조, 올해만 100조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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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갈 곳을 잃고 시중에 떠도는 단기성 자금의 비율이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융기관 현금자산 급증, 비중 22%
저금리 탓 금융위기 직전 수준 육박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금융기관의 유동성 자산 가운데 현금성 자산(협의통화)이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달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월 22.55%를 기록한 이후 8년 7개월만의 최고치다. 협의통화란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을 합친 금액으로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을 뜻한다. 유동성 자산 중 현금성 자산 비중은 2007년 3월부터 20%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2011년 2월 20%를 넘어섰다가 2012년 들어 18%대로 감소했다. 이 비중은 지난해 9월 20%선을 넘어선 뒤 꾸준히 커졌다. 그 결과 9월 평균 잔액 기준 현금성 자산은 672조16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4%나 급증했다. 1월 잔액이 573조 7670억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 들어 100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협의통화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등을 합친 광의통화가 9월 한 달동안 9.4% 증가하는데 그친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특히 언제든 수시로 돈을 뽑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한 달새 5조 4000억원이 불어나 9월 평균 잔액이 426조 8153억원에 달했다. 요구불예금도 전달보다 6조1000억원 늘면서 172조 6721억원의 자금이 쌓였다. 이처럼 단기성 자금이 급증한데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로 인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데다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앞으로 이런 현금성 자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데다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향후 주가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단기성 자금 대기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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