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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호의 직격 인터뷰

‘신비박(非朴)’ 선봉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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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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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의원은 청와대의 일방주의와 새누리당 내 대구·경북(TK) 패권주의를 비판하면서 “야당이 귀족노조만 편들다 지리멸렬해져 집권세력이 긴장하지 않게 됐다. 이러면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겨도 의미가 없고 나라가 망한다”고 우려했다. [김상선 기자]

새누리당 정두언(3선·국회 국방위원장) 의원은 요즘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함께 ‘신 비(非)박’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국정교과서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등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 중인 핵심 정책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며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내 야당을 자임하며 “개혁보수만이 여권의 살 길”이라 역설해온 정 위원장을 두 차례 인터뷰했다. 그는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지난 10일 국무회의 발언을 화두로 말문을 열었다.

“벌거벗은 왕에 ‘옷 아름답다’만 연발 … 국가적 위기상황”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들 벌거벗은 임금 앞에서 ‘옷이 아름다우십니다’만 연발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 상가에 조화를 보내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벌어진 것도 우스꽝스럽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 그러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 대통령에겐) 신도들이 있다. 그게 두려워 다들 침묵하고 있는 것 같다.”

 - ‘신도’란 표현을 했는데 그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견고하다는 뜻인가.

 “나라가 군정종식은 됐어도 왕정종식은 못했기 때문이다. 왕정시대 마인드를 가진 국민과 지도자가 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에게 비판적 언급을 하면 항의전화하는 할머니들이 있는데 이분들에게 박 대통령은 대통령 아닌 여왕님이다. 내게 ‘대통령 도와줘야지 왜 괴롭히나’라고 소리친다. 우리는 지도자가 되면 권력을 자기 것으로 여긴다. 청와대가 장관의 인사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내가 장관을 임명했으니 장관의 권한은 내 권한이란 것이다. 권력의 사유화이며 나라를 민주국가 아닌 왕조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국민 아닌 왕조국가 신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당이 계속 침묵하면 대통령이 가장 다치게 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다치게 돼 있다. 당장 세월호나 메르스도 큰일이 아니었는데 소통이 안 돼 커진 것 아닌가. 지금처럼 대통령이 소통 없이 간다면 어떤 사태가 또 생길지 모른다. 그 1차 피해자는 대통령이 된다.”

 -김 대표가 할 말을 하란 뜻인가.

 “김 대표에겐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걱정이다. 우리나라엔 신민도 있지만 소수이고, 대다수는 민주시민이다. 1960년대에도 권력에 저항해 정권을 바꾼 이들이다.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인터넷에 도는 얘기를 보라. 박 대통령이 10년 전 당 대표 시절에 ‘역사는 전문가와 역사학자에 맡겨야지 정권에 맡기면 안 된다. 그러면 역사가 정권의 입맛대로 바뀌게 된다’고 발언하는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민심은 사라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다.”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은 내년 총선에서 친박을 선택해 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되는데.

 “2008년 총선을 돌이켜보라. 이명박 대통령 측은 ‘개헌선(200석) 확보’를 호언하며 일방적으로 공천을 밀어붙였지만 국민은 이재오·이방호·등 친이계를 대거 낙선시켰다. 대신 친박연대 후보들이 줄줄이 당선됐다. 국민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친박 후보들을 대구 등 핵심 지역에 내보내 ‘제2 친박연대’를 만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번 성공했다고 그걸 또다시 써먹으면 실패한다. 노무현은 의도적으로 적을 만들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방식으로 권력을 잡았지만, 집권 뒤 국정운영도 그렇게 하니 다 적으로 돌아섰다. 이명박도 청계천으로 성공하자 집권 뒤 4대강을 밀어붙였다가 그 때문에 실패했다. 친박연대도 마찬가지다. 2008년 친박연대는 자발적 조직이나 지금 친박연대는 인위적이다. 총선에서 역풍을 맞고 필패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마이웨이’를 계속하면 총선에서 여당이 패할 것이란 얘긴가.

 “대가를 치를 것이다. 역대 총선마다 안 그런 적이 없다. 나랑 내기해도 된다.”

 -당과 청와대의 공천 갈등에 불만이 많은 듯하다.

 “정치인으로 10년 넘게 살면서 당 대표가 공천한다고 시비 거는 건 봤어도, 공천 안 하겠다는 걸 문제 삼아 시비 거는 건 처음 봤다. 김무성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주고 자신은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것 아니냐. 그런데 (친박들은) ‘김무성 너만 공천 안 하면 되지 왜 우리까지 공천 못하게 하느냐’고 부당한 시비를 걸고 있다. 전략공천 주장도 문제다. 전략공천이란 한마디로 ‘내가 새누리당 후보로 뽑히기는 힘드니 그냥 후보 자리를 달라. 그럼 거수기 해드리겠다’는 얘기다. (당 대표와 친박들이) 이런 우습고 유치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게 새누리당 현주소다. 대표가 공천 안 하겠다고 한 건 우리 정치의 큰 진전 아닌가? 국회의원이 권력자 아닌 국민의 눈치를 보게 만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유승민 의원은 공천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쉽게 날릴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 이야기를 돌려 보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그러나 확정고시가 됐는데.

 “어쨌든 시대에 역행한다.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 거다. 한 1년 정도 쓰다 마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이 새누리당에서 나와도 없어질까.

 “우리 당 대선 주자 거의 모두가 국정교과서를 없애겠다고 할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국정교과서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 않나. 그가 대통령이 돼도 그럴까.

 “본인이 지금은 국정화를 추진하지만 2년 뒤 대선을 앞둔 시점엔 그러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 KF-X 사업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전면 재검토와 공개 토론을 요구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구멍가게도 이렇게는 안 한다. 플랜 B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그래서 전면 재검토를 하자는 것이다.”

 - 왜 박 대통령은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사업을 밀어붙이나. 그리고 책임지는 관계자는 한 명도 없나.

 “대통령은 이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군 관계자들의 보고를 믿는 것 같다. 이 사업을 추진한 국방부나 방사청 등은 ‘잘돼 갑니다’라고만 보고해 왔으니 이제 와서 ‘문제가 있다’고 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답답하다.”

 -이번 기회에 방위사업청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방사청을 없애고 국방부에 관련 차관을 신설하는 게 맞다. 한데 지금 야당이 여당일 때 방사청이 만들어져 야당이 폐지를 반대하니 문제다.”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여당 수도권 의원들의 타격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은 국정 교과서 문제 아니더라도 어렵다. 서울만 해도 48개 지역구 중 여당은 17석뿐이다. 서울시장·구청장·시의원들이 전부 야당이다. 그런데도 당이 수도권에 관심이 없다. 야당은 친노 패권주의가 문제라지만 여당도 다르지 않다. ‘친박 TK 패권주의’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확고부동하다. 이들이 당을 주도하니 당이 수도권에 관심이 없고 민심을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새누리당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려면 반드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수도권은 중도적이다. 지금 우리 당은 강하게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 그러니 수도권 의원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무성 대표가 수도권에 관심이 없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관심이 없나.

 “교과서 문제만 해도 그렇다. 김 대표는 ‘국정화가 돼도 총선엔 영향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본인이 부산 말고 서울 강북에 출마하면 된다. 그럼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 알게 될 것 아닌가.”

 -여당이 수도권에서 지지를 모을 방안은 뭔가.

 “당의 정책을 친서민 노선으로 확 바꿔야 한다. 지금은 친기업적으로만 가고 있다.”

 -3년 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경제 민주화였다.

 “그때와 많이 다르게 가고 있다. 당의 정책은 수도권 의원들에게 맡기는 게 맞다. 민심은 수도권이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다.”

 -원유철 현 원내대표가 잠시 정책위 의장을 하긴 했다.

 “원 의원은 지역구는 수도권이지만 마인드는 수도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이 개혁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은 많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당의 주류는 보수로만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당은 소장 개혁파가 당을 혁신해온 역사가 있다. 막상 집권하면 이분들이 밀려난다. 이른바 패권주의다. 지금 우리 당이 그렇다. 조금만 다른 목소리가 나와도 매도된다.”

 -당에서 개혁파가 힘을 얻을 방법이 있을까.

 “국민 열 명 중 한 명이 국부의 절반을 독식하고 있다. 엄청난 양극화다. 그러나 대기업도, 귀족 노조도 결사적으로 저항하니 개혁이 안 된다. 새누리당은 기업의 이익, 새정치민주연합은 귀족 노조의 이익을 각각 대변한다. 모두 상위 10%의 이해만 받쳐주고 있는 격이다. 박 대통령이 개혁하겠다는 게 바로 이런 문제들이다. 그런데 국정화 이슈가 블랙홀처럼 개혁을 덮어버리고 있으니 안타깝다.”

 -야당은 현 정부의 노동개혁 프로그램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반대하는데.

 “야당은 ‘아버지 것 빼앗아 자식에게 주는 조삼모사’라고 비판한다. 맞다. 그런데 이는 귀족 노조 입장에서만 맞는 얘기다. 사실 의원 세비보다 귀족 노조가 가져가는 돈이 더 많다. 그런 여유분을 없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자는 것인데 그게 뭐 잘못됐다고 반대하나. 이런 행태를 보면 야당은 서민이 아니라 귀족 노조를 위하는 정당이다. 그러니 요즘 야당이 지리멸렬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다. 여당도, 정부도 긴장을 하지 않게 된다.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허약한 야당 덕분에 180석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면 나라 꼴이 뭐가 되겠는가. 야당이 튼튼해야 여당도, 정부도 튼튼해져 나라가 발전한다.”

정두언 의원은 …
▶1957년 서울생 ▶경기고·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제24회 행정고시 합격 ▶국무총리 정보·공보비서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17, 18, 19대 국회의원(서울 서대문을) ▶19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장

글=강찬호 논설위원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