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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가상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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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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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논설위원

최근 세계 미디어업계의 핫 이슈는 단연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이다. VR이 가장 잘 맞는다고 여겨져 온 게임은 물론이고 방송·영화, 그리고 저널리즘에서 교육, 의료(원격진료), 자동차산업(가상주행)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 VR 기술과 콘텐트 시장이 함께 들썩이는 형국이다.

 이번 주 초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동시에 VR 저널리즘을 선보인 것은 세계적인 화제였다. 모바일에 VR 앱을 다운받고 카드보드지로 만든 구글의 VR 안경을 낀 후 스마트폰을 움직여 보면, 거의 360도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뉴스를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난민’, 월스트리트저널은 ‘링컨센터 무대 뒤편의 발레리나’를 선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올 4월에도 ‘뉴욕 워킹’이라는 VR 뉴스를 선보인 적이 있다.

 유튜브도 때를 맞춰 안드로이드 앱에 ‘VR 보기’ 기능을 추가했다. 세계 독립영화의 산실인 선댄스영화제를 주최하는 선댄스재단도 VR 회사와 손잡고 VR 영화 제작 지원에 나섰다. 올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는 이미 10편의 VR 영화가 공개된 바 있다. 방송에서는 미국프로농구(NBA) 개막전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이 가상현실로 방송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콘텐트 기업들의 VR 회사들에 대한 인수·투자 소식도 끝없이 들려온다.

 이런 VR 열기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한창 붐을 이뤘던 3D 열풍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나 업자 주도의 거품으로 끝난 3D 열기와는 급이 다른 변화를 내장하고 있다. 가령 지난해 VR 업체를 인수해 주목받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영상 콘텐트의 다음 흐름은 명백히 몰입형(immersive) 콘텐트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몰입형 콘텐트 즉 VR이 콘텐트와 미디어의 미래라는 관측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라는 VR 기기를 쓰고 가상현실 체험을 해본 지인은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에서 오금이 저려서 혼났다고 했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혼합현실’이 엄청난 ‘가짜 현실감’을 자아내며 코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머리에 헤드셋을 끼고 가상의 세계에 빠지는 가상현실만 있는 게 아니다. 가상의 3D 영상물이 현실 공간에서 실물처럼 움직이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도 있다. ‘증강가상(Augmented Virtuality)’이란 용어도 있다. 아찔한 디지털 문명의 혁명기에 살고 있다는 것이 행운이기도 공포이기도 하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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