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응답앓이' 시작…이름값 한 '응답하라 1988'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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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응답앓이'가 시작됐다.

'응답하라 1997'(12) '응답하라 1994'(13)에 이어 2년 만에 돌아온 '응답하라 1988'은 시작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금토극 우위를 점했다.

'두 번이나 성공했는데 이번엔 망하지 않겠냐'는 신원호 PD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응답앓이'에 빠지게 만들었다.

'응답하라 1988'을 둘러싼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제작진의 '가족애'에 대한 뚝심과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기존 시리즈를 뛰어넘는 '응답' 열풍을 이어갔다. 1·2회만 방송했을 뿐인데 그 열기는 대단하다. 지상파를 압도하는 화제성으로 주말 내내 온라인을 점령했다. 시청자의 기대에 응답한 '응답하라 1988'이었다.

6일 첫 방송된 '응답하라 1988'은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으로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 전작이 가족애를 기본 바탕으로 하되 청춘들의 사랑에 좀 더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큰 틀이 '가족애'다. 쌍문동 봉황당 골목길에 사는 이웃들의 추억이 깃든 이야기가 핵심이다. 이웃 간의 오가는 정이 훈훈함을 자아냈다. 80년대 아날로그 시대의 모습은 인간미가 넘쳤다.

▶ 203040까지 응답했다

사실 '응답하라 1988'은 방송 전부터 90년대가 아닌 80년대 이야기를 가지고 2030세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걱정과 달리 '응답하라 1988'은 촌스럽지만 정겹고 푸근했던 80년대 감성으로 삶에 지친 2030세대를 사로잡았다. 중년 세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극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가진 것 없지만 행복한 혜리네와 썰렁한 개그 마니아 아빠를 둔 준열이네·엄마가 홀로 아이 둘을 키우는 경표네·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아빠와 단둘이서 살아가고 있는 보검이네·엄한 아빠 아래에서 좌충우돌 말썽을 부리는 동휘네까지 가지각색의 다섯 가족 이야기가 극 중심을 이끌었다. 가족애는 시대와 세대에 상관없이 통할 수 있는 소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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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리 연기력 호평받아 마땅 

정은지·고아라에 이은 '응답하라'의 세 번째 히로인에 등극한 혜리는 연기력 우려에 대한 논란을 단 2회 만으로 깔끔하게 벗었다. 덕선이란 인물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선을 압도했다. '덕선=혜리'라는 신원호 PD의 말처럼 제 옷을 입은 듯 자유롭게 거닐었다. 언니와 동생에게 치여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둘째의 설움을 폭풍 눈물로 쏟아냈다. 언니에게 머리채를 잡히기 일쑤였지만 '굳세어라 덕선'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혜리 외에도 쌍문동 친구 4인방(고경표·류준열·이동휘·박보검) 역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낮은 인지도의 열세를 연기력으로 극복했다.

▶ 시청률도 기존 시리즈 이상

시청률도 기존 두 번의 응답하라 시리즈보다 좋다. '응답하라 1997'은 입소문을 타고 신드롬을 일으킨 사례이기에 1회, 2회 방영 당시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2%를 나타냈다. '응답하라 1994'는 전작의 성공에 이어 기대감을 모았던 상황. 첫 방송에서 2.535%로 출발했다. 2회 역시 2%대를 유지하며 선방했다. 세 번째 시즌은 이마저도 약 3배를 뛰어넘었다. 1회와 2회가 각각 6.118%와 6.836%를 나타낸 것. 압도적인 시청률로 세 번째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드롬을 예고했다.

▶ 비속어 남발은 아쉬운 부분

물론 성공적인 가도를 달린 '응답하라 1988'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90분이라는 꽤 긴 러닝 타임과 '새끼'와 같은 비속어가 거듭 등장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따뜻한 가족애와 배우들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력으로 가려졌다. 장점을 드라마 전반에 내세워 시청자로 하여금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을 발산 중이다. 방송 2회 만에 이렇게 '응팔앓이'는 시작됐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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