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빨치산 이을설 사망, 최룡해엔 숙청설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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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빨치산 출신으로 북한의 혁명 1세대인 이을설 인민군 원수가 7일 폐암으로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향년 94세.

'인민군 원수'는 북한의 군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계급이다. 김일성 일가 외에 그동안 인민군 원수 칭호를 받은 사람은 오진우·최광(이상 작고)과 이을설 뿐이었다.

인민군의 마지막 원수인 이을설이 사망하자 북한은 장례식을 국장(國葬)으로 치르기로 하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장의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북한이 8일 발표한 장의위 명단에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170여 명에 달하는 장위위 명단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기남·최태복 당 비서,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이영길 총참모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모두 포함됐으나 유독 최룡해만 빠져 일각에선 숙청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최룡해는 지난달 31일자 노동신문에 “내년 5월 노동당 제7차 대회는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 위업 계승의 확고 부동성을 힘있게 과시하는 역사적 대회합”이라고 강조하는 기고를 한 후 행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건강 이상설도 나오지만 강석주 당 비서 등 건강이 나쁜 고령의 인사들도 대거 장의위 명단에 포함된 것을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당시 북한을 방문한 류윈산(劉雲山) 중국 상무위원을 만났을 때 업무 상 중대한 실수가 있어 김정은이 뒤늦게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룡해는 앞서 중국 전승절 행사(9월3일)에도 참석했고, 지난해 말에는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김정은 외교의 최전방을 책임져온 인물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공식적으론 권력서열 6위였던 최룡해가 장의위원회 명단에서 빠진 것은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과 당 비서에서 해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라며 “최근 드러난 비리나 불경죄로 문책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을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군 고위직을 지켜온 인물이다. 6·25 전쟁 당시 4사단 참모장과 15사단 3연대장을 지냈고, 이후 상장(1972년), 대장(85년), 차수(92년)로 승급했다. 95년에는 김정일로부터 인민군 원수 칭호를 받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을설 원수는 함북 김책시의 빈농 출신으로 한평생 혁명의 군복을 입고 당과 수령을 결사옹위했다”고 보도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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