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형 드론 택배로 우주 e커머스 시대 주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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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드론이 물품을 배달하는 장면.]

일론 머스크에 필적하는 혁신적인 인물이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닷컴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제프 베저스다. 그는 최근 혁신적인 비즈니스 아이템인 ‘무인 드론 택배'를 들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 베저스는 이미 2013년 ‘프라임 에어’라는 이름의 드론 배송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으로 바쁘다. 이 서비스는 프로펠러가 8개 달린 ‘옥토콥터’ 라는 헬리콥터형 드론으로 소비자가 아마존에 주문한 상품을 배송하는 것이다. 물류센터에서 대기하고 있던 옥토콥터가 최대 5파운드(2.27kg)의 상품을 노란색 배송상자에 싣고 물류창고로부터 반경 16㎞ 이내의 지점까지 자동 배달한다. 드론을 활용한 이런 배송 기술로 사용자가 주문한 상품을 30분 이내에 갖다 주는 게 베저스의 목표다.

아마존 회장 제프 베저스
드론·모바일 기술 접목한
배송시스템 특허 받아
캐나다 등에서 실험 진행

새떼 피해 스스로 비행 경로 변경

하지만 미국의 연방항공청(FAA)이 항공 안전 대책의 하나로 드론과 같은 무인 비행체를 띄우려면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바람에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드론 배송이 아닌 캐나다 등의 제한된 비행 지역에서 드론 배송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눈에 띄는 사실은 베저스의 아마존이 지난 5월 ‘무인 항공기 배송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무인 드론을 활용한 프라임 에어 배송 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얻었다는 점이다. 드론으로 물건을 나르는 데 무슨 특허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인 드론이 정확하게 배송 지점을 찾아가는 기술은 무인차에 필적할 만큼 첨단적이다. 드론은 적외선 장치를 비롯한 각종 센서와 카메라로 외부를 인식해 이를 바탕으로 사람이나 동물과의 충돌을 피해 안전하게 비행한다. 경로를 탐색하고 착륙 지점을 판단하는 것도 스스로 한다. 인공지능형 무인 드론인 셈이다. 특히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새를 피하는 기술은 중요하다. 지상이나 공중의 교통 사정에 따라 스스로 경로를 수정해 비행할 수 있다.

배송을 맡은 드론이 본사나 다른 드론과 통신을 주고받는 방법, 드론이 비행할 지역에 대한 기상 정보를 받아 이를 비행에 적용하는 방법 등 첨단 기술이 다수 포함돼 있다. 아마존 드론의 특징은 주소만 입력해 집이나 사무실로 택배를 하는 것을 넘어 고객이 현재 있는 지점으로 곧바로 배송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사용자의 현재 위치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위치서비스를 활용한다. 무인 드론과 모바일 기술이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기술인 것이다. 좌절을 모르는 베저스는 이처럼 FAA의 규제를 넘어서는 ‘기술 돌파’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아마존은 지난 7월 미국 하늘을 무인항공기의 종류에 따라 여러 층으로 나눠 안전과 운항 효율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주 호텔·공원 프로젝트 추진

베저스는 이처럼 e커머스의 선두주자일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가동하는 모험형 투자가이기도 하다. 사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우주여행을 꿈 꾼 우주광이다. 대학 시절 프린스턴대 우주학생회 회장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그는 2000년 창업한 우주업체 블루 오리진스를 통해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베저스는 이 회사 창업 목적에 대해 기술혁신으로 우주여행 비용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여 “누구나 우주로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인간의 우주여행을 일상화하는 것은 물론 지구 궤도에 우주호텔, 우주공원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궁극적으로 무려 200만~300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한 우주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베저스는 이미 200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우주선 발사 시험장을 건설하기 위한 부동산까지 구입했다.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이 회사는 2011년 무인우주선이 시험비행 도중 추락하면서 프로젝트가 일부 드러났다. 베저스는 우주여행사 버진 갤랙틱을 통해 우주여행 일상화를 추진 중인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합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는 “(개발 중인) 우주선이 2010년대 후반에는 지구 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달이나 화성 등 목적지를 한정하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우주선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베저스의 우주 야심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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