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신용등급 수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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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폴크스바겐 사태가 계속 커지고 있다. 독일 교통부 알렉산드 도브린트 장관은 “휘발유 차 9만8000대의 배기가스도 조작됐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하루 전인 4일 폴크스바겐은 “80만 대의 차량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료 소모량이 지나치게 낮게 표시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불일치를 나타냈다. 이 중에는 휘발유 엔진 차량도 있다”고 발표했다.

무디스, A2서 A3로 강등
“휘발유차 10만대도 조작”
10월 한국 판매 70% 감소

 날이 갈수록 사태가 커지자 이날 독일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독일 교통부는 “모든 차량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료 소모량을 처음부터 전면 재조사하도록 폴크스바겐에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또 배기가스 조작을 담당할 고객서비스센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도브린트 장관은 “(조작 장치 제거 등으로) 배기가스 배출량이 늘어남에 따라 운전자가 추가 부담해야 할 자동차세나 환경부담금 등을 운전자에게 떠넘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크스바겐의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폴크스바겐 등을 위에서 여섯 번째 등급인 A2에서 일곱 번째 등급인 A3로 한 단계 낮췄다. 네 계단만 더 떨어지면 폴크스바겐 채권은 정크본드(BBB-미만)가 된다.

 무디스는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명성이 훼손되고 자동차 판매가 줄어 순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등급을 강등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폴크스바겐 차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10월 판매량이 전달보다 70% 정도 감소했다. 판매 감소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 폴크스바겐의 자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이미 폴크스바겐 장단기 부채가 1339억 유로(약 164조원) 이상이다. 저금리 상황이지만 신용등급 하락 때문에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배기가스를 조작해 각종 벌금과 배상금 등으로 720억~1100억 유로를 지급해야 할 전망이다. 빚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폴크스바겐 CEO인 마티아스 뮐러는 이날 사내 방송에서 “배기가스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며 “하지만 재무적으로 어느 정도 충격이 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리해고를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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