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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 <288> 유력 정치인의 베스트셀러 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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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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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문희 기자

한국갤럽이 지난 9월 8~10일 전국의 성인 1011명에게 ‘차기 정치 지도자로 누가 가장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결과는 박원순 시장(15%),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5%),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12%),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9%), 오세훈 전 시장(6%) 순이었습니다. 이들 대선주자 후보군들이 직접 저술(공저 포함)했거나 이들을 주인공으로 출간된 도서들에도 성적을 매겨봤습니다.

에세이 22권으로 가장 많아 … 야권 정치인이 적극적

분석 대상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치 지도자 후보군으로 자주 오르내린 9인이다. 야권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손학규 전 상임고문, 여권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김문수 전 의원이다. 내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포함시켰다. 교보문고에 의뢰해 올해 10월 말까지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유력 정치인 9인의 베스트셀러 50위까지를 정리했다.

박원순 21권, 안철수 15권, 문재인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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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 결과 야권 정치인들이 적극적인 저술 활동을 펼쳤다. 50위 안에 가장 많은 책을 등장시킨 사람은 박원순 시장(21권)이다. 그 뒤를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15권), 문재인 대표(7권)가 이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4권,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2권,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1권을 올렸다. 단, 박 시장의 경우 21권 중 7권이, 안 의원은 15권 중 8권이 공저였다. 문재인 대표도 7권 중 2권은 공저자로서 참여한 책이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치 입문 후 직접 출간한 저서가 없어 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 유승민 의원과 김문수 전 의원도 직접 저술한 책이 있지만 50위 안에 해당 도서는 없었다. 이들 정치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출판사는 김영사(6권)였고 검둥소(4권)가 뒤를 이었다. 김영사의 6권은 모두 안 의원의 저서다. 검둥소에서 출간된 4권도 모두 박 시장의 책이었다. 50위에 든 책들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시·에세이 분야가 22권으로 가장 많았고, 정치·사회 분야가 11권으로 뒤를 이었다. 그 다음이 자기계발(9권), 경제·경영(3권), 인문(2권), 아동(2권), 여행(1권) 순이었다.

 유력 정치인 9인이 펴낸 저서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린 건 2012년 7월에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1위)이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안 의원이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될 당시 펴낸 책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제정임 교수가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있던 안 의원을 만나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안 의원의 생각을 조목조목 담았다. 안철수 의원은 이 책 외에 상위 10위 안에만 4권을 더 올렸다. 2004년과 2001년에 각각 출간된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3위), 『CEO 안철수의 영혼이 있는 승부』(5위)에는 1995년 안랩의 전신인 안철수연구소를 창립한 이후부터 최고경영자(CEO)로 살아온 안 의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안 의원을 향한 대중의 높은 관심도를 보여준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이 펴낸 『안철수, 경영의 원칙』(10위)은 안 의원이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관악초청강연’에서 직접 강연한 내용과 질문 및 답변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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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정치 입문 후 출간 저서 없어

 박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이전부터 참여연대 사무처장(1995~2002),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2001~2010), 희망제작소 상임이사(2006~2011)로 있으면서 저술 활동을 활발히 했다. 박 시장이 저자로 이름을 올린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2008년 발간된 공저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6위)였다. 각 공저자들이 ‘나를 움직인 한마디’를 소개해야 하는 이 책에서 박 시장은 “‘참 잘했어요’라고 두 번이나 칭찬해준 선생님 덕분에 정말 공부를 잘하게 됐다”고 적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직전 출간한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7위)은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박 시장의 책이다. 박 시장이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발견한 각종 직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박 시장이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있으며 1999년에 펴낸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14위)가 셋째로 많이 팔렸다. 변호사 경력을 살려 소크라테스의 재판, 예수의 재판 등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주요 재판 1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 역시 정치적 활동 시작과 맞물려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문 대표의 저서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2011년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4위)이다.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문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펴낸 책이다.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일 때 만나 함께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서거하기까지 약 30여 년에 걸쳐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문 대표는 이 책의 출간 이후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해 1년 뒤인 2012년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로 발돋움했다. 문 대표의 저서 중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책은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뒤 1년이 지나 출간한 『1219 끝이 시작이다』(11위)이다. 문 대표는 이 책에서 “변명이 될까 두려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패배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패장에게 남은 의무라고 생각했다.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패배를 거울삼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적었다. 문 대표는 대선 출마선언 직전인 2012년 8월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자신의 비전과 정책방향을 소개하는 『사람이 먼저다』(13위)를 출간한다. 세 번째로 많이 팔린 문 대표의 저서다. 그해 9월 출간된 『그 남자 문재인』(50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바라보는 문 대표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반기문 『바보처럼 공부하고 … 』 2위에

 반 총장도 직접 저서를 출간한 적은 없다. 하지만 2006년 10월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뒤 이듬해 나온 그의 자서전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2위)는 이번 조사대상 9인이 펴낸 도서 중 둘째로 많은 판매량을 올린 책이었다. 반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해당 부처를 출입하던 기자가 저술한 책이다. 2011년 6월 연임에 성공하자 이듬해에도 같은 제목의 개정 증보판(8위)과 청소년용(18위), 어린이용(38위) 도서가 따로 발간됐다. 고등학생 때 미국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일화부터 외교관이 되고 난 이후의 삶 등을 소개한다. 반 총장은 지난 9월 SBS 여론조사에선 21.1%의 지지율을 얻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4.1%)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11.2%)를 앞섰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보도자료까지 내서 일축하고 있지만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반기문 대망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여권에선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가 유력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50위 안에 2권을 이름 올렸다. 2006년부터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경험을 담아 출간된 『시프트: 생각의 프레임을 전환하라』(15위)에서 오 시장은 미래 인재를 “우뇌형 인간, 소프트파워, 디자인 우선주의, 스페셜리스트 & 제네럴리스트, 즐기는 에너지, 인문학적 통찰, 팔로워십, 인간 중심의 마인드” 등으로 정의한다. 시장직을 그만둔 직후 발간된 『오후의 서울산책』(41위)은 걷고 싶은 날, 바람 좋은 날, 심심한 날, 상쾌한 날 등 일상의 기분에 따라 돌아볼 수 있는 한옥마을, 전통시장, 서울성곽길, 둘레길, 공원, 캠핑장, 자전거도로 등 40여 개 서울 명소를 안내한다.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2011년 8월 시장직을 사퇴했고 이 책은 9월에 발간됐다. 강진 토담집에서 칩거하는 새정치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저서 『저녁이 있는 삶』(45위)도 50위 안에 들었다. 책 제목은 손 전 상임고문이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로 나설 때 내걸었던 슬로건으로 당시 준비된 대선 후보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려 출간된 책이다. 손 전 상임고문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 상태지만 지난달 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위치한 키맵대학교에서 ‘위기 상황에서 효율적인 리더십’이란 제목으로 특강을 하는 등 주목받고 있다.

 여권의 유력 정치인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김문수 전 의원도 50위에 들진 않았지만 자신들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이 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특히 대기업 정책을 집중 연구해온 유 의원은 2000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지내면서 그해 잇따라 『재벌 과연 위기의 주범인가』 『한국 기업의 운명을 바꿀 21세기 미래경영』 등을 펴냈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할 예정인 김문수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 재직시절 펴낸 『어디로 모실까요? 나는 경기도의 택시운전사』에서 택시를 몰며 만난 경기도민들을 소개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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