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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노랗게 물든 길 따라가니 문화와 커피 향기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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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연남동맛집 #연남동공원’. SNS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해시태그(해당 단어에 해당하는 검색 자료를 모아주는 형태)다. 해시태그 ‘#연남동’이 적힌 사진만 해도 22만여 장이 넘는다. 요즘 ‘핫 플레이스’로 주목 받는 서울 연남동은 맛있는 기사식당이 많고 중식당이 즐비한 화교거리로 유명한 동네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2013년부터 젊은 예술가의 이색 공간으로 눈길을 끌더니 이제는 이국적인 레스토랑부터 카페, ‘경의선숲길’까지 그 모습도 다양해졌다. 새로운 골목 이야기를 엮어가는 연남동을 찾아가 봤다.

서울 연남동의 재발견

여유로운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이곳의 다른 별명은 ‘연트럴파크’. 지난 6월 연남동 ‘경의선숲길’이 처음 개방되면서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경의선숲길은 종전에 서울과 신의주를 잇던 경의선이 지하화하면서 지상 철길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되면서 생겼다. 공원 조성 후 첫 가을을 맞은 이곳은 옛 철길을 따라 1km에 달하는 은행나무길이 있어 도심에서 가을 나들이를 즐기려는 사람에게 벌써 새로운 명소로 주목 받고 있다.

 경의선숲길이 조성되면서 연남동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얻었다. 연남동을 찾는 사람들이 실내공간을 넘어 야외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를 나오면 자유롭게 잔디밭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대학생과 외국인, 엄마 손을 잡고 산책하는 아이, 옛 철길을 복원해 놓은 길목에서 서로 손을 잡고 아슬아슬하게 철길을 거니는 연인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불과 도로 하나만 건너면 늘 시끌벅적한 홍대 번화가지만 연남동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한가로운 공원에서 철길과 은행길을 거닐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감성 쌓기은행나무길 1km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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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m 정도의 경의선 폐철길 옆에 조성된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선 가족, 친구, 연인들이 가을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경의선숲길을 지나 골목길 사이로 들어가면 예술가들이 꾸민 개성 넘치는 공간이 연남동의 재미를 더한다. 대형 브랜드 카페와 상점이 들어서며 거리 자체가 포화 상태인 홍대에서 새로 이주한 예술가와 시민단체가 꾸민 공간이다.

 예술가들이 창작물을 자유롭게 전시하고 판매하는 복합문화공간과 예술가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는 ‘동진시장’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은 연남동 주민의 생필품을 판매하는 재래시장이었으나 최근에는 젊은 예술인이 모여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장을 찾아가면 작가가 직접 그 자리에서 그려주는 그림이나 손으로 만든 팔찌 같은 수공예품, 판매자가 바로 만들어 주는 먹거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동진시장을 지나면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플레이스 막&막사’를 볼 수 있다. 플레이스 막&막사를 운영 중인 유기태(41)아트디렉터는 “원래는 홍대에 전시장이 있었지만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3년 전에 연남동으로 이사왔다”며 “플레이스 막&막사는 돈 많고 똑똑한 사람만 즐기는 예술이 아닌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인데, 연남동의 소박한 시장 골목길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가가 운영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나 카페도 쉽게 볼 수 있다. 싱어송 라이터 토키토끼로 활동 중인 최아람(29)씨는 음악 작업을 하면서 정통 프랑스 밀크티와 홍차를 판매하는 카페‘라헨느’도 운영 중이다.

맛집 찾기 골목길 구석구석 탐방

연남동 곳곳을 살펴보면 이곳이 일반 가정집인지, 가게인지 헷갈리기 쉽다. 연남동의 식당이나 카페는 새로 지은 고층 빌딩이 아닌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가정식 레스토랑 ‘아씨시 2호점’을 운영하는 박흥규(51) 셰프 역시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레스토랑을 꾸몄다. 박 셰프는 “레스토랑 바로 옆에 있는 같은 크기의 건물은 일반 가정집”이라며 “역삼·청담동 등 다른 상업지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했을 때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한 분위기를 이곳에서는 매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큰 대로변에 유명 상점이 줄지어 있는 것과 달리 연남동에선 골목 사이사이에 맛집과 이색 공간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연남동을 찾은 사람들은 “오래된 골목길에서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만난 박시은(33)씨는 “오랜만에 차를 타지 않고 골목길을 걸었다”며 “지도 앱을 보며 어렵게 찾은 식당에 도착했을 때 나만 아는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트렌드연구소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이 같은 골목길은 40~50대에겐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감성을 자극하고, 20~30대에겐 나만 아는 아지트적인 공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정한·임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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