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조원대 결손 어떻게 메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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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기업들이 기업연금 결손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주가가 다소 오르고 있지만 채권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연금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가 20일(현지시간) 자동차회사로선 최대 규모인 1백억달러(약 12조원)어치의 채권을 발행, 연금 결손을 메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GM의 연금 결손 규모는 1백93억달러에 이르며, GM은 나머지 결손은 영업 이익에서 충당할 방침이다. GM의 연금 결손은 미국 기업 중 최대 규모로 이 때문에 영업 이익마저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1일 UBS의 보고서를 인용,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백대 기업의 연금 결손 규모가 올 연말에 사상 최대 규모인 2천7백80억달러(약 3백3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2천1백20억달러였던 연금 결손 규모는 지난달에 이미 2천3백90억달러로 늘었다.

UBS의 데이비드 비안코는 "연금 결손을 충당하느라 S&P 5백대 기업의 주당순익(EPS)이 평균 2달러, 약 5%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올 들어 주가가 다소 오르긴 했지만 최근 금리가 많이 낮아져 채권에 투자한 연금의 수익률이 예상만큼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연금은 대부분 주식과 채권에 투자된다.

FT는 미국 기업들이 최근 연금 펀드의 수익률을 낮춰 잡고 있지만 현실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GM의 경우 지난해 말 연금 펀드 수익률을 10%에서 9%로 조정했다.

한편 이 같은 연금결손에도 불구하고 GM의 신용등급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시중 금리가 아주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 자금을 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FT는 특히 GM이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종업원이 기업연금 결손으로 보게 될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면서 포드나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다른 회사도 GM과 같은 방식으로 기업연금 결손을 메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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