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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를 모셔라 … 삼성전자 11조짜리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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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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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주식 감소)하고, 배당도 큰 폭으로 늘린다. 과거 삼성전자가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기보다는 설비 투자나 재원 확보 등 미래 성장에 집중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이재용(사진) 부회장 시대를 맞은 삼성의 패러다임 변화로 해석된다.

자사주 매입한 뒤 소각 결정
주식 수 줄어 주가에 긍정적
내년부터 분기 배당도 검토

삼성전자는 29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1년간 11조3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3~4회에 걸쳐 사들인 뒤 이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69조7200억원의 약 16%를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식 소각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가엔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식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 친화정책 중 하나다.

 이와 별도로 2017년까지 잉여현금 흐름의 30~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쓰기로 했다. 내년부터 분기 배당을 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영업으로 번 돈 중 설비에 투자한 부분을 제외한 재원의 절반까지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실적 추이를 봤을 때 앞으로 3년간 10조원 안팎이 주주 이익 환원에 추가로 투입될 전망이다.

 이번 주주 친화정책 발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림으로써 전격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회사 성과를 주주와 함께 나누는 것 또한 회사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일이라는 게 최고위층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2012년 팀 쿡이 애플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내놓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배당정책과 비슷하다. 애플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00억 달러로 현재 환율로 계산했을 때 삼성의 자사주 매입금액과 비슷하다. 대규모 배당 등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정책으로 선회했다는 점도 같다.

 이 같은 조치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재평가받을지도 관심거리다.

 KDB대우증권 황준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 수준은 올해 순이익 예상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정도로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PER이 낮을수록 수익에 비해 주가가 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인데 애플은 PER이 12배 정도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1.3%(1만7000원) 오른 132만5000원에 마감됐다.

 하지만 일부에선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를 위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투자 활동으로 성장해야 하는 기업이 자기 주식을 사고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 주는 데 돈을 쓰는 것은 성장할 만한 사업영역을 못 찾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3분기 영업이익 7조3900억원=실제 이날 발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도 일부 불안한 조짐이 보인다. 반도체 부문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1조원 가까이 작용한 환율 효과도 실적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줬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7조3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7.2%,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82.1% 증가한 실적이다.

 실적을 이끈 것은 반도체였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답게 매출 12조8200억원에 영업이익 3조6600억원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3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반도체로 벌어들인 것이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판매량은 늘어났지만 수익 면에선 체면을 구겼다. IT모바일(IM)사업부는 매출 26조6100억원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2조7600억원)보다 줄어들었다.

 올 3분기에 총 8380만 대의 휴대전화를 팔아 6분기 만에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낮아진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의 가격을 내린 데다 갤럭시A와 갤럭시E 같은 보급형 제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함종선·김현예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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