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9억 폭탄, 수거해 오면 보상 … 불법 현수막 꼼짝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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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동상동 도로변에 걸려 있던 불법 현수막(아래)과 27일 철거 후 모습. [사진 김해시]

경남 김해시는 지난 7~8월 3차례에 걸쳐 불법 현수막 2500장을 붙인 지역주택조합 시행사 대표 A씨(33)에게 과태료 4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지금까지 경남에서 부과된 불법 현수막 과태료 중 최고액이다.

김해시, 한 글자만 달라도 따로 부과
지역주택조합 광고물 등 자취 감춰
양산시는 ‘광고물 수거 보상제’ 도입

 광고물은 어느 장소에 언제까지 어떤 내용으로 붙일지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광고물 업주에게 종류별로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가로 6m, 세로 60㎝의 현수막은 1건당 42만원 정도 부과한다. 따라서 내용이 같은 현수막을 같은 날 수백 장 붙여도 500만원까지인 11장까지만 과태료가 부과됐다. 그동안 이런 허점을 이용해 불법 광고물이 판을 쳤다.

 하지만 김해시의 대응은 달랐다. 2013년까지는 현수막 크기에 따라 과태료를 구분했던 김해시는 지난해부터 현수막의 전화번호 등 내용이 조금만 달라도 다른 현수막으로 해석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현수막에 연락 전화번호가 각기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부착 날짜가 다른 경우에도 다른 현수막으로 구분했다. 김해시는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38명에게 3억원, 올해는 27일 현재 10명에게 9억7000만원의 과태료를 매겼다.

 그 결과 김해에서 불법 현수막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한번 걸리면 수억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최동기 김해시 공동주택관리과 주무관은 “불법 현수막의 90% 이상이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모집 같은 광고물이었는데 현재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단속 비법은 전국 시·도 광고물 담당자 회의 등에서 모범사례로 종종 소개된다. 지난 22일 전국 시·군·구 광고물 담당과장 화상회의에서도 김해시의 사례 발표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또 다음달 5~6일 경주, 12일 제주도에서 행자부 주관으로 열리는 전국 시·군·구 광고물·세외수입 담당자 워크숍에서도 김해시 단속 비법이 소개될 예정이다.

 그러자 양산시도 새로운 불법 광고물 퇴치법을 내놓았다. 양산시는 시내 도로변에 무단으로 부착된 현수막 등 불법 광고물을 수거해 오면 보상금을 주는 ‘광고물 수거 보상제’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대규모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주요 도로변 곳곳에 흉물스럽게 붙어 있는 부동산 분양 등 불법 현수막과 홍보물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다만 수거 보상제에 참여하는 시민은 65세 이상이거나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로 제한했다. 김용기 양산시 건축과장은 “무분별한 신고와 신고 경쟁에 따른 또 다른 마찰을 차단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 ”라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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