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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아이를 원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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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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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열흘 전 중국에 갔다가 현지 동포로부터 다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요즘 중국 총각이 베트남·필리핀 등에서 신부를 구해 오는 일이 부쩍 늘었는데 이들 나라의 여성들이 한국행보다 중국행을 선호한다는 얘기였다. 요즘 한국이 중국에 치이기 시작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국제결혼 시장에서도 밀리고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

 그가 설명한 국제결혼에서의 중국의 경쟁력 중 하나는 한국에 비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적다는 점이었다. 서역과 남방 등의 여러 지역 민족들도 섞여 살아온 곳이기 때문에 타국에서 온 여성들이 설움을 덜 겪으며, 이러한 정보가 결혼시장에 이미 널리 퍼졌다고 했다. 특히 자식들이 자라면서 차별에 시달릴 위험이 한국보다 중국이 훨씬 적다는 게 통설이라고 했다. 중국에는 약 3000만 명의 외국인 신부 수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우리 농촌 총각의 신붓감 찾기는 정말 힘들어진다.

 ‘저는 42세고요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시고요,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시고 뇌질환을 앓고 계십니다. 아내 분이 빨리 들어와 주면 좋겠는데 한국어 시험이 안 돼서 못 오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인터넷에 올랐던 글이다. 국제결혼한 부인이 한국어 시험에 탈락해 입국하지 못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노총각의 호소였다. 외국인이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입국하려면 한국어능력시험(TOPIK) 1급 이상의 증명서 또는 한국 정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한국어 초급 과정을 이수했음을 입증하는 서류를 내야 한다. 베트남·필리핀의 지방 여성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중국으로 갈 때는 이런 자격증이 필요없다.

 지난주에 정부가 제시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2020년 합계 출산율 목표는 1.5다. 지난해 이 수치는 1.24였고, 10년 전인 2004년에는 1.16이었다. 10년간 0.8이 올랐는데 앞으로 5년 동안에는 그것의 3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가임기 여성 100명이 사는 아파트에 지금은 아이가 120명 안팎인데 5년 뒤에는 150명이 된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를 만든 이들은 정녕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을까.

 총 194쪽의 이 보고서에 국제결혼과 관련된 부분은 단 한 쪽이다. 2018년에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벌여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기초 통계를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우리가 정말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나라를 원하기는 하는 것일까. 자꾸 이런 의심이 든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