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1 '내신 전쟁' … 전학 러시 조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올 2월 서울 압구정동 K중을 졸업한 박모(16)군. 강남 명문인 H고에 배정을 받았다. 그러나 입학식을 마친 직후 강북인 금호동의 J고로 전학했다. 어머니 안모(50)씨는 "반에서 10등 정도하는 실력으로는 내신 위주 입시에서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고 고민 끝에 경쟁이 덜한 강북 고교로 전학을 시켰다"고 말했다.

내신 위주의 새 대입제도가 올해 고교 1학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고교와 대학이 몸살을 앓을 조짐이다. 1학기 중간고사를 1주일 정도 앞두고 일선 고교에서는 내신을 잘 받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내신을 더 잘 받기 위한 '전학'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강남 명문고 → 강북 등 비명문고▶서울 고교 → 지방 고교▶특목고 → 일반고▶일반고 → 실업고 등의 하향 전학 현상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학들은 등급제로 바뀌는 수능 활용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일부 대학선 수능 등급을 자격기준으로만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수험생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 전학 러시 현실화되나=올해 서울 대치동의 한 고교에 배정받은 이모(16)군은 지난달 아버지의 직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의 한 종합고로 전학했다. 주말에만 대치동 학원에서 과외를 받는다.

자녀의 '탈 강남'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은 한둘이 아니다. 강남 H고에서 강북 J고로 전학한 박군의 어머니 안씨는 "한 어머니 모임 회원 중 6명이 강남 고교 배정을 위해 주소만 옮겨 놓았다가 내신 문제로 고민한 끝에 주소를 다시 원래대로 옮겼다"며 "이미 입학한 학생의 부모들 가운데에서도 전학을 고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목고 학생들의 '전학 러시'도 중간고사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에서 실업고로의 이동도 예상되고 있다. 강남 최강학원 관계자는 "실업고 진학반으로 전학할 경우 내신에서 유리하고 정원외 입학 등 특혜도 있어 요즘 이런 문제로 상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명문대 지원도 못해보나=상위권 대학에서는 수능이 사실상 '자격고사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은 "2008학년도 이후 수능은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하고 전형요소로는 반영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1.2등급을 받는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할 것이란 정황을 감안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