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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년 만의 슈퍼엘니뇨…“글로벌 농산품 수확량 급감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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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의 ‘슈퍼 엘니뇨’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충청 지방 등에서 극심한 가을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가뭄으로 저수율이 현저히 떨어져 바닥을 드러내 보인 충청남도 보령댐 수문의 모습.[사진 뉴시스]

세계 농산품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18년 만에 찾아온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농산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지난 1997년 겨울 이후 18년간 발생하지 않았던 슈퍼 엘니뇨 현상이 예상됨에 따라 농산품 값이 지속해서 상승 중”이라며 “팜유와 밀, 그리고 설탕의 가격은 9월1일과 비교해 각각 12.19%, 2.52%, 33.52%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엘니뇨란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섭씨 0.5도, 많게는 10도까지 높아지는 기상 현상을 말한다. 여름에는 이상 저온과 폭우, 겨울엔 이상고온과 폭설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페루 연안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당시가 크리스마스 즈음이어서 아기 예수를 상징하는 스페인어 이름인 ‘엘니뇨(El Nino)’로 불리게 됐다.

슈퍼 엘니뇨 등장의 징후는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동남아시아는 강우량이 예년보다 약 40% 감소하면서 건조해진 날씨로 인해 팜유 원료인 야자 열매 숙성이 늦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베트남 커피코코아협회는 올해 커피생산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남아 주요 쌀 생산지 중 하나인 태국의 쌀 수출협회는 쌀 수확량이 지난해에 비해 15~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 연구원은 “동남아뿐만 아니라 세계 밀 생산량의 14%를 차지하는 호주의 밀 생산량도 약 50%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지역은 폭우로 인해 생산량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엘니뇨의 영향이 농산물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약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또 겨울이 다가올수록 피해가 커지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향후 농산품의 공급감소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 연구원은 “한동안 농산품 가격의 상승 압력이 상당해 농산품을 원료로 쓰는 공산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는 고물가ㆍ저성장이 진행되고 있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국가의 소비자 물가 안정에 악재”라고 진단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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