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로스쿨생의 눈물'…1년 등록금 5000만원, 졸업하면 빚 2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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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위치한 플로리다 코스탈대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그다지 높은 법학 적성시험(LSAT) 점수가 필요 없다. 2013년 이 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의 평균 LSAT 점수는 미국 전체 LSAT 점수 중 하위 25%에 속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변호사 시험(Bar Exam) 합격률도 현저히 낮다.

낮은 입학 성적과 학생들의 초라한 졸업 성적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의 학비는 연간 4만5000달러(5100만원)에 육박한다. 생활비까지 합친다면 이 학교 학생들의 빚 부담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2014년에 플로리다 코스탈대를 졸업한 학생 484명 중 93%는 “빚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빚은 평균 16만3000달러(1억8400만원)이다. 학생들의 평균 학자금 빚 순위로 따지면 미국 로스쿨 중 네 번째로 높다. 한 마디로 ‘쓸모도 없는 졸업장을 받고 빚은 빚대로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한다.

모순적이지만 이 학교의 재정상태는 훌륭하다. 매년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학생들에게서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받아가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변호사 시험에 탈락하면서 실직자로 전락하고 있다.

이와 같은 ‘로스쿨 모순’을 악화시키는 데는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제도도 한 몫 한다. 무제한으로 학자금 대출을 가능케 한 연방 대출 프로그램(Direct PLUS Loan program)이 있다.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오히려 이 제도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빚 부담을 떠안게 했다. 많은 로스쿨은 학비를 올리고 있고 더 많은 학생들을 받아들이면서 배를 채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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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3년 미국 로스쿨 졸업생들 중 43%는 정규직을 구하지 못했다. 2012년 로스쿨 졸업생들의 평균 학자금 대출 빚은 14만 달러(1억6000만원)로 8년 전보다 59%나 높아졌다.

로스쿨에 지원하는 학생 수는 2011년부터 하락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추세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원자가 부족하다 보니 자질이 부족한 학생들이 로스쿨에 뽑히게 되고, 이 학생들이 변호사 시험에서 떨어질 확률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2014년 변호사 시험 평균 합격 점수는 최근 25년간 치러진 변호사 시험 평균 점수 중 가장 낮았다.

NYT는 “정부가 로스쿨에 대한 더욱 엄격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무조건적인 대출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학금과 등록비를 낮춰서 학생들이 졸업할 때 조금이라도 빚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 나아가 “법조계에서 더 많은 공익 변호사들을 고용, 양성해서 로스쿨 졸업생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NYT는 주장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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