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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남미에 부는 우파 바람…아르헨 이어 콰테말라, 아이티도

중앙일보

입력

아르헨티나 공화주의제안당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후보. 중도 우파인 마크리 후보는 25일(현지시간) 대선 1차투표에서 집권여당 다니엘 시올리 후보와 비슷한 득표를 올리며 결선에 진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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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 이론’의 고향 남미의 정치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1999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가 당선된 후 좌파 정권이 주류를 이뤘던 남미의 우향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1차)와 과테말라(결선), 아이티(1차)에서 일제히 치뤄진 대선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

아르헨티나는 이런 변화의 풍향계다. 이날 치러진 대선에서는 승패가 나지 않았다. 좌파 집권 여당 ‘승리를 위한 전선’(FPV)의 다니엘 시올리 후보(58ㆍ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와 중도우파 공화주의제안당(PRO)의 마우리시오 마크리(56ㆍ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후보가 모두 35%내외를 득표하며 접전을 벌여 11월 22일 결선투표까지 가게 됐다. 당초 열세가 예상됐던 마크리는 “오늘 결과는 향후 이 나라의 정치를 바꾸는 일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모터보트 선수 출신의 시올리는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후 네스토르 키르치네스 전 대통령 시절(2003년) 부통령을 지냈다. 마크리는 인기 축구 클럽 보카 주니어스 구단주를 지내며 인기를 얻어 시장까지 당선된 인물이다. 누가 당선이 되건 2003년부터 시작된 페르난데스 부부(네스토르 키르치네스-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의 집권이 종식된다는 의미가 있다. 현 정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시올리도 좌파라기보다는 중도에 가깝다.

핵심은 경제다. 시올리 후보는 현 정부의 기조를 이어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국제 자본과 독립된 고유의 경제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마크리는 3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문제삼으며 국제 금융체제로의 편입을 주장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부패 의혹도 변수다. 이날 마크리 후보의 예상밖 득표도 최근 부정부패 사건으로 인한 정권교체 열망이라는 분석이다.

아르헨티나의 선택은 중남미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남미의 ABC(아르헨티나ㆍ브라질ㆍ칠레)는 현재 좌파 성향의 여성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다. 2011년 당선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경기침체에 더해 불법 선거 자금 의혹으로 탄핵 위기에 처해있다. 2013년 재임에 성공한 미첼 바첼리트 칠레 대통령도 과거 85%에 달하던 지지율이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20%까지 떨어졌다. 현지 일간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는 “아르헨티나를 기점으로 경제 위기에 봉착한 중남미에 도미노식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테말라에선 이날 정치 비평가이자 코미디언 출신인 지미 모랄레스(46) 국민통합전선(FCN) 후보가 당선을 확정 지었다. 좌파 성향인 퍼스트레이디 출신 국민희망연대(UNE) 산드라 토레스(59) 후보는 20%대 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CNN은 “중도성향의 정치신인인 모랄레스가 당선된 건 정권 고위층의 부패사건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카리브해의 아이티도 이날 대선ㆍ총선 투표를 동시에 치렀다. 54명이 대선후보로 나선 아이티에서는 집권당 소속의 사업가 쥐브넬 모이즈(47)와 야권의 주드 셀레스탱(53) 전 건설청장이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티의 대선 1차 투표 결과는 다음달 초에나 나올 예정이다.

남미에서는 1999년 베네수엘라(우고 차베스 대통령)를 시작으로 브라질ㆍ아르헨티나ㆍ우루과이ㆍ칠레ㆍ볼리비아ㆍ페루ㆍ에콰도르ㆍ칠레 등에서 좌파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현재 남미 12개국 중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이 좌파 정권이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사진1. 아르헨티나 공화주의제안당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후보. 중도 우파인 마크리 후보는 25일(현지시간) 대선 1차투표에서 집권여당 다니엘 시올리 후보와 비슷한 득표를 올리며 결선에 진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AP=뉴시스]
사진2. 과테말라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코미디언 출신의 지미 모랄레스. [키토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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