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위한 파업한다고 국민에 호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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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파업에 대해 정부가 원칙을 훼손하는 타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서울경찰청에서 중앙부처 7백여명 실국장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무슨 문제든 뿌리를 한번 뽑는 자세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盧대통령은 "정부부처가 명분에서 밀렸으면 국민에게 사과하되 아니면 반론하고 싸워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盧대통령은 "(정부의 명분이 옳다면) 전 조합원들에게 노조 지도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파업을 위한 파업을 하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거나 국민에게 호소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조흥은행 노조 등이 파업을 하면서 자신을 공격하는 데 대해 "대통령이 꼭 위약이라도 한 것처럼 계속 몰리고 있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공무원들이 앞장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청와대에서 모든 것을 다 하게 되면 청와대만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盧대통령은 '공무원의 골프관'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나도 남을 따라 골프를 쳐봤는데 그늘집에 가서 뭘 하나 먹는 것도 돈 내는 사람의 눈치를 살핀 경험이 있다"며 "골프는 치되 남에게 꿀리는 일은 하지 말고 골프 접대는 받지 말라"고 말했다.

"행정개혁에 성공하는 부처는 법인 골프회원권을 주자는 얘기를 했더니 문희상 비서실장이 웃어서 국민 감각에 안 와닿는 공론이라고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공무원 내 개혁주체세력 형성과 관련, 盧대통령은 "쥐 10마리를 가둬놓고 물 건너편에 음식을 놓아두면 6마리는 음식을 가져오고 2마리는 굶어죽고 2마리는 뺏어먹는데, 그 6마리를 따로 가두면 또 가져오는 쥐와 뺏어먹는 쥐가 생긴다더라"며 예의 생태계론을 구사했다. 그러면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어느 사회나 앞서가는 사람과 발목잡는 사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도박판에 가도 어느 패에 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잘하는 사람 뒤에 걸어 배당이 적다"며 "지금 노무현이 안된다고 할 때 내게 한번 걸면 배당이 클 것"이라고 거듭 주문했다. "줄을 서라는 게 문제라고 (언론이)하는데 노무현 빼고 나면 쓸 게 없나 보다"라고도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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