釣而不綱 -조이불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50호 31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주위에 혼인을 하지 않은 ‘청춘(靑春) 아닌 청춘’을 꽤나 많이 보게 된다. 옛날 같았으면 눈이 높아 짝을 못 찾는다고 한 마디 해주련만 요즘은 결혼하고 싶어도 경제적 처지가 안돼 포기한다는 하소연을 듣다 보면 그 또한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 청춘 아닌 청춘과 함께 한숨을 쉬게 된다. 출퇴근 관계로 서울역을 매일 지나면서 만나게 되는 노숙인(路宿人) 수 또한 전혀 줄지 않는다. 정부에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외치는데 많은 이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한 채 영 감(感)을 느낄 수 없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의 사회 구조가 고착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논어(論語)』 술이(述而)편에 ‘조이불강(釣而不綱)’이란 말이 있다. 조(釣)는 낚시를 말하고, 강(綱)은 굵은 줄에 그물을 달아 냇물을 가로질러 고기를 잡는 것 또는 주낙을 가리킨다고 한다. 주낙은 한 가닥의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한꺼번에 여러 마리의 고기를 잡으려는 어구(漁具)의 하나다. 따라서 조이불강이란 낚시질은 해도 그물은 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그 행위의 주인공은 공자(孔子)다. 공자는 손님을 맞거나 제사를 위해 때론 낚시를 하곤 했지만 필요한 양만 잡을 뿐 물고기의 씨를 말릴 수도 있는 그물까지 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강(綱) 대신 그물 망(網)을 써 조이불망(釣而不網)이라 하기도 한다.


조이불강 뒤로 이어지는 말은 ‘익불사숙(?不射宿)’이다. 익(?)은 주살로 화살에 명주실을 매어 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익불사숙이란 주살질은 해도 자는 새는 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냥을 해도 잠든 새를 쏘는 것과 같은 잔인한 짓은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조이불강과 익불사숙 이 두 성어를 현대 비즈니스의 세계에 대입하면 아마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일감까지 싹쓸이하지는 않으며 최소한 상도의(商道義)는 지켜가면서 영업한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의미를 사회적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부유층이 끝도 없는 자본 증식에 나서는 대신 소외층에 대한 나눔 활동을 통해 더불어 사는 지혜를 추구하는 것으로 말이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scyo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