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검 기한 연장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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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북송금 특별검사가 25일로 만료되는 1차 수사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여당과 청와대 간부들은 연장 불가론을 연일 펴고 있다. 이런 반대론은 특검 설치의 정치적.역사적 의미는 물론 법리적 해석을 훼손하는 것이다. 대북송금 의혹을 일단 특검에 맡기기로 했으면 법의 논리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특검 설치의 이유는 이 의혹을 매듭짓자는 것이지 적당히 덮자는 것이 아니다. 특검이 1차 기간에 의혹을 충분히 규명하지 못해 더 조사해야겠다는 판단을 한 이상 노무현 대통령은 당연히 규정에 따라 연장해 주는 것이 순리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참모들과 여당이 정치 논리로 연장 불가를 주장하는 것은 진실규명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서 의혹을 다시 파묻자는 말밖에 안된다.

특검이 더 밝혀야 할 대목은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관여 부분이다.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사 과정에서 남북 정상회담 이전 5억달러 대북송금 사실이 金전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金전대통령이 어느 정도 이에 관여했는지, 비밀송금이 스스로 말했던 '통치권 행사'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등을 특검은 조사해야 한다.

또 한쪽에선 주었다고 하고, 상대방은 받지 않았다고 하는 1백50억원의 성격과 행방도 철저히 조사해 누구 말이 옳은지 가려야 한다. 여권은 그 돈이 대북송금과 관련이 없으므로 검찰에 맡기면 된다지만 특검은 그 돈의 성격을 '정상회담 준비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니 수사를 맡은 특검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온당하다.

그럼에도 수사를 중도에 그만두라는 것은 진실을 덮고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설령 검찰이 나머지 수사를 맡아 어떤 결과를 끌어내건 이미 수사 유보를 결정했던 검찰의 조사 내용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결국은 새 정부가 金전대통령 지지세력의 반발과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치적 결정을 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盧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