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 버리면 한총련 합법화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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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와 주체사상을 분명하게 포기한다면 한총련의 합법화를 지지한다. "

21일 서강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보수 진영의 대표적 논객 박홍(朴弘.62.사진) 신부는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한총련을 분명한 말투로 비판했던 기존 입장에 비해서는 한걸음 물러선 발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총련이 제기했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이해하는 면이 있지만, 그 해결방법은 근본적으로 틀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두 여중생이 미군 무한궤도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에 대해서는 "무척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반미와 미군 철수를 외쳐선 안된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에 결국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주사파(主思派)가 아직도 존재하지만 그 숫자는 많이 줄었다. 이들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적화통일과 계급투쟁의 본심을 감췄을 뿐"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朴신부는 1994년 "정당.학계에 주사파가 활동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렸었다.

그는 또 "참여정부는 코드가 맞는 사람들만의 '참여'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현 정부에 제안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미국 방문에서 얻은 외교적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며 "겨우 취임 1백일이 넘었는데 벌써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이르다. 지금은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북 송금 특검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 자신도 햇볕정책의 피해자다. 북한에 퍼주고도 결국 얻어낸 것이 없다"고 평했다. 그는 "특검이 진실을 낱낱이 밝히돼 국민 화합 차원에서 金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는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朴신부는 국가교육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을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겪는 일종의 홍역"이라고 진단하면서 "한국 사회의 문화.가치 충돌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명가치와 공공 선에 바탕을 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89년부터 97년까지 서강대 총장을 역임한 朴신부는 이후 신학대학원 교수로서 강단에 섰다. 최근 교수직을 사임했지만 "강사 신분으로 강의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철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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