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변인 못 오게 한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가 너무 쪼잔하다고 생각합니다."

22일 청와대 회동 4시간40분 전인 오전 10시20분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대변인이 메모를 하겠다는 것인데 그조차 못하게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런 자잘한 문제가지고 국민을 짜증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면서다.

청와대와 새정치연합은 회동전까지 대변인 배석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변인 배석이 안될 경우엔 회담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회동 당일 오전까지 "대변인이 배석할 경우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 어렵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문 대표는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종걸 원내대표도 "청와대의 전향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거들었다.그는 "회담 당사자인 원내대표가 결과를 정리하고 발표하려면 회동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어렵다"고 했다. 대변인이 회담에 배석하지 않으면 서열상 문 대표 아래인 이 원내대표가 직접 대화내용을 적는 수 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에선 지난 3월 청와대 3자회동 직후 김영록 수석대변인의 '깨알브리핑'사태를 우려해 청와대가 대변인 배석을 거절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회담 형식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번처럼 시시콜콜 회담 내용을 소개하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당시 김 수석대변인은 회담 내용을 20쪽짜리 수첩 한권에 가득 적어 국회로 돌아와 브리핑을 했다. 당시 브리핑 시간만 1시간이었다. 김 수석대변인은 "보통 회담이 끝나면 각양각색으로 참석자들의 말이 다르다"며 "정확한 발언을 전달하기 위해 작심하고 들어가 기를 쓰고 다 적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대변인 배석 불가시 회담 불발' 입장은 엄포로 끝났다. 회담 4시간전 김성수 대변인은 "우리의 주장을 청와대가 끝내 거부해 유감"이라며 "국민들의 알 권리는 상당히 침해받게 됐지만 청와대 회담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회동 결과는 양당 원내대표가 발표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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