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대 기자의 '취재 후에'] 독자가 외면한 한국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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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접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중간고사 기간이었는데도 새벽녘까지 이 소설을 읽었다. 그 때 그 달콤함이 어찌나 진했는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후 『아리랑』 『한강』을 읽으며 조정래 작가의 문학 세계에 빠졌다. 황석영·김훈·이문열·김진명 역시 작품을 통해 알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줬고 소설 읽는 재미를 선물했다. 내가 대학 국문과에 진학한 것엔 이들의 영향이 컸다.

그래서 최근 상황이 더 안타깝다. 그야말로 ‘한국 소설의 가뭄’ 사태다. 실제로 한 온라인 서점의 지난 1년간(2014년 9월 16일~2015년 9월15일) 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을 들여다 보니 상위권에 한국 소설은 단 한 권도 없었다. 그나마 김진명의 『글자전쟁』(지난 8월 출간)이 최근 베스트셀러 소설 분야 5위권 안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대형 작가의 작품 한두 편을 제외하고 외국 작품들에 높은 순위를 내준 게 현재의 상황이다. 한국 소설은 한국 독자에게 외면 받고 있다.

베스트셀러가 소설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라 할 순 없다. 작품성과도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전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건 많은 독자들이 그 작품에 공감한다는 의미다.

내가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에 인물·사건을 마음으로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문학·출판계는 최근 많은 한국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주제나 소재가 천편일률적이고 전개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동의한다.

수없이 다듬어 매끄럽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드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다방면에 걸친 취재를 통해 현실과 맞닿은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국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생각들을 보여주는 우리 소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강남통신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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