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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수익 낮은데 고연봉, 임금피크 땐 40~50% 깎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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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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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시행되는 60세 정년에 맞춰 은행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연봉 삭감 폭을 최대 50%까지 높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익은 적은데 임금이 지나치게 높아서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가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다. 이들 학회는 올해 4월부터 고용시장에 파급효과가 큰 금융·제약·조선·도소매·자동차부품 등 5개 업종에 대한 임금피크제 도입 방안을 연구해 15일 결과를 내놨다. ‘임금피크제 도입 일반 모델안’이다. 학회 차원에서 고용노동 문제와 관련된 적용모델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조준모(성균관대·경제학) 고용노사관계학회장은 “모델안은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사례와 업종별 경영·고용환경 등을 고려해 현지 실증조사와 이론적 검토를 거쳐 마련했다”고 말했다.

학계, 5개 업종 모델 첫 제시
금융권 55세 전부터 급여 줄이고
직무·직책도 바꿔주는 게 바람직
제약·조선·도소매·자동차부품은
55세 이후 10~20% 단계적 감액을

 이에 따르면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55세부터 평균 39.6%를 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임금의 60%를 받고 근무한다는 얘기다. 학회는 이걸 더 조정해야 한다고 권했다. 기존 정년(55세) 이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감액률은 은행은 40~50%, 보험을 비롯한 다른 금융회사는 25~30%다. 이처럼 감액비율을 높게 잡은 이유로 학회는 “강한 연공급과 고임금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권의 총자산이익률은 전 산업 평균(1.8%)의 6분의 1인 0.31%다. 반면 월급여액은 전 산업 평균(319만원)보다 64.1% 많은 523만4000원이다. 월평균 근로시간도 다른 산업에 비해 8시간 적다. 이러다 보니 노무비는 전체 산업 평균(1인당 455만원)보다 65.4%나 많은 752만5000원에 달한다.

 숙명여대 권순원(경영학) 교수는 “금융권은 전반적으로 이익률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지점 축소, 인력 구조조정이 수시로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단기적 비용조정보다는 숙련 인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학회는 금융업의 경우 임금피크제와 함께 직무와 직책을 조정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정 연령이 되면 사무직군에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내부통제 관리역이나 전임교수와 같은 직무·직책으로 재편해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머지 업종은 정년 이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냈다. 제약은 감액률 20%가 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대 김동배(경제학)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 잠식이 가속화해 상황이 안 좋은데 인건비 비중은 지나치게 높다”며 “정년 연장에 대비하지 않으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조선업종은 근속기간이 길고 평균연령도 높다. 성장은 정체되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10~20% 조정할 것을 권했다. 서강대 조봉순(경영학) 교수는 “중소기업에는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을 대기업에 비해 더 길게 설정해 근로자가 오래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소매업은 15~20% 조정안이 제시됐다. 다만 수납이나 진열, 고객 응대, 안내와 같은 저임금 직종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지 말 것을 권했다. 자동차부품업종에도 15~20% 감액안을 권고했다. 숭실대 곽원준(경영학) 교수는 “완성차업체를 정점으로 중층적 협력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기업 규모별로 임금격차가 크다”며 “근무 여건에 따라 감액률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학회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복리후생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임금 삭감은 일시적으로 단행할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을 제시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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