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손실 내다니 용서 못해"…中투자자, 금융사 대표 흉기로 보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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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에 돈을 맡겼다가 손실을 입은 중국 투자자가 자산운용사 대표를 칼로 찔러 대표가 중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중국 소액투자자들은 중국 증시 폭락과 기업 부도 등으로 금융상의 손실을 입은 경우가 허다하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베이징에 소재한 자산운용사 환구거부(環球巨富) 최고경영자(CEO)인 왕제(王杰)가 지난 11일 투자 설명회를 하던 중 성난 투자자의 칼에 찔려 중태라고 보도했다.

왕 사장을 찌른 투자자는 살인 미수 혐의로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 투자자는 회의 석상에서 왕 사장 옆에 앉아있다 흉기를 꺼내 왕 사장의 흉부를 찔러 15㎝나 되는 자상을 냈다.

20대로 알려진 이 남성 투자자는 해당 회사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30만 위안(5400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FT가 보도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이 남성이 자기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이 남성이 칼부림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환구거부는 투자자를 모집해 은행 위탁 대출을 통해 허베이(河北)투자담보가 보유하고 있는 자룽(嘉隆)테크, 궈창(國昌)제지 등 허베이성 기업들에 투자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자 허베이투자담보는 파산 상황에 직면했다. 은행들이 긴급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이 프로젝트에 관련된 80% 이상의 기업은 연쇄 부도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에 투자했던 금융 상품도 손실을 입어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진 상황이었다. 언론들은 중국 금융 소비자들이 자기가 투자한 금융상품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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