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혼 소송 중인 며느리 몰래 손녀 딸 미국으로 데려간 친할머니 '무죄'

중앙일보

입력

아들과 며느리가 이혼 소송 중인 상황에서 며느리와 사돈을 속이고 손녀를 몰래 미국으로 데려간 혐의로 기소된 친할머니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은 국외이송약취 혐의로 기소된 최모(59·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최씨의 아들 부부는 지난 2006년 결혼해 2009년 딸 A양을 낳았다. 하지만 두 내외 모두 직업상의 이유로 A양을 제대로 양육하기 어려웠고, 이에 미국 영주권자였던 최씨가 해외거주허가를 받아 한국에서 손녀 A양을 길렀다.

하지만 지난해 아들 부부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 급기야 남편에게 상해를 입은 며느리는 A양을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결국 같은 해 4월부터 아들 부부는 이혼 소송에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씨는 며느리의 친정집이 있는 동네에 찾아가 A양을 잠깐씩 만나 밥을 먹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중 당시 사업 차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아들이 “아내나 처가에 알리지 말고 A양을 미국으로 데려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결국 최씨는 본인의 해외거주허가 만기를 1달 앞둔 지난해 5월, A양의 미국행 항공권을 끊었다. 그리고 사돈에게 “A양과 점심을 먹고 다시 데려다주겠다”고 속인 뒤 A양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딸이 돌아오지 않자 최씨의 며느리는 경찰에 신고했고, 최씨는 폭행이나 협박 등 불법적인 힘으로 사람을 외국에 데려갔을 때 적용되는 국외이송약취 혐의로 입건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씨가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종전에 최씨가 A양을 양육하고 있던 점과 A양의 어머니가 전적으로 양육을 하기 어려웠던 점, A양이 ‘아빠를 보고싶다’고 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A양을 미국으로 데려간 것이 A양의 이익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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