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김정은 위원장식 경축 스타일…로켓 대신 풍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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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선신보사 제공]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거리 로켓에 연료를 넣는대신 풍악을 울리고 발전소를 완공시키며 노동당 창건 70주년(10일)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당이 곧 국가’라고 주장하는 북한 체제에서 당 창건 70주년은 김 위원장이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래 맞이하는 가장 큰 당 관련 행사다. 70주년은 북한에서 ‘꺾어지는 해(끝자리 수가 0 또는 5인 해)’로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해인데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 3년 탈상 후 맞이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북한이 당 창건일을 맞아 국제사회가 미사일로 간주해 제재 대상이 되는 장거리 로켓을 축포로 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도 지난달 14일엔 직접적 당국자가 아닌 ‘국가우주개발국장’의 입을 빌려 장거리 로켓 발사는 “자주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지난달 15일엔 역시 당국자가 아닌 ‘원자력연구원장’을 내세워 “핵뢰성으로 대답할 준비가 돼있다”며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당 창건일을 닷새 앞둔 5일 현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로켓을 동창리 기지로 운반한 후 조립 과정을 거치고 액체 연료를 주입하는 등 사전 준비 작업에 최소 열흘 가량이 소요된다고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관련 움직임은 파악되고 있지 않다.

정작 김 위원장의 행보는 다른 곳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 위원장이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완공식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이 발전소는 지난 2002년부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이 양강도 하천에 건설해온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다. 김 위원장은 이 발전소를 당 창건일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완공시킬 것을 지시하며 지난 4월과 9월 직접 건설현장을 찾기도 했다. 통신은 4일 “조선노동당 창건 70돌을 빛내이며 발전소가 선군 조선의 자랑스러운 청춘기념비로 일떠섰다(우뚝 섰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 후 건설에 참여한 이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으며, 이어 완공을 축하하는 군민청년대합창 공연도 관람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10일부터 1주일간 평양에서 각 예술단체 공연을 진행한다고 4일 보도했다. 북한판 걸그룹으로 통하는 모란봉악단과 김 위원장이 직접 꾸린 경음악 연주단인 청봉악단 등이 총출동한다. 기념일 당일 오후 10시엔 평양과 지방의 예술인이 모두 모이는 경축 대공연을 평양 주체사상탑 앞 대동강에서 진행한다. 10월10일 10시에 맞춰 북한 주민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마련한 것이다.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합동 공연은 12~16일 매일 오후9시에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청봉악단의 무대는 11~16일 오후9시 인민극장에서 펼쳐진다. 풍악을 울리며 당 창건 70주년을 축제로 만들겠다는 김 위원장식 경축 스타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통신은 공연 관람표는 각 지구보급소에서 주민들에게 판매되며, 평양 거주 외국인과 해외 동포들에게도 판매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10일 이후에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20~26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남북이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이 예정대로 성사될지 여부도 장거리 로켓 발사 등 여부에 따라 그 추이가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4일자에서 인도의 인공위성 발사 소식을 전하며 각국의 평화적 위성 발사는 “자주적 권리”라고 재차 주장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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