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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高魚肥의 계절… 가을은 맛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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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호 16면

끝날 것 같지 않던 더위가 마침내 물러갔다. 바람결에 결실의 기운이 배어 있다. 가을이다. 산과 들, 그리고 미각에 단풍이 밀려온다. 오징어가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아무 손질도 하지 않고 통째로 찜통에 쪄내 순대 썰듯 뚝뚝 썰어 한 조각 베어 물면 짭조름한 맛이 입안을 꽉 채운다. 꽃게찜 같기도 한데 분명 오징어다. 맛이 묘하다.여름 내내 먼바다에서 놀던 전어는 머리에 깨 서말을 담고 돌아왔다.


연탄불 석쇠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는 그물이다. 집나간 며느리도, 코끝 빨간 술꾼도, 코뚫린 자들은 모두 여지없이 걸려든다. 사람은 그물로 전어를 잡고 전어는 연기로 사람을 잡는다.


굵은 소금 위에서 온몸이 빨게진 새우. 어둠속에 수줍게 속살을 숨긴 홍합. 오도독 전복, 쫄깃 참돔, 농염한 농어… 모두 저마다의 식감과 맛으로 미각을 유혹한다.어시장 좌판에 맛단풍이 들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사진·글 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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