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회피엔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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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긴 말을 하지 않고 끊었다. 이 정도면 회피 수준이다.

SBS 수목극 '용팔이'가 지난 1일 방송으로 총 18회, 길다면 긴 여정을 끝냈다.

17회까지 태평양으로 빠져버린 내용은 회생불가일것만 같았고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제대로 추스리지 못 하고 엔딩을 급하게 맺었다.

간암 2기에 걸린 김태희(한여진)의 수술은 정웅인(이과장)과 주원(김태현)이 맡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원의 목소리에 김태희가 잠에서 깨어났다. 김태희는 수술을 이겨내고 살아났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용팔이'라며 속삭였다. 이것이 끝.

분명 아름다운 해피엔딩임에 틀림없지만 어딘가 찝찝한 결말이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냈다. 그러나 이 같이 불친절한 결말은 '회피엔딩' 아니냐는 비아냥만 듣고 있다. 결국 더이상의 사랑 얘기는 담아내지 못 하고 막을 내렸다.

연장을 포함한 18회까지 드라마를 쭉 지켜본 시청자라면 어딘가 모르게 열이 날 만한 상황이다. 최선의 결말은 아니지만 최소의 노력은 있었을까하는 의문 뿐.

이날 채정안(이채영)과 부회장, 최병모(비서실장)는 김태희를 죽이려 작당모의했다. 이 가운데 주원이 김태희의 병을 알게 되는 내용이 그려졌다. 김태희는 간암에 걸려 죽음의 위기를 맞았고 여집사의 도움으로 주원과 다시 만났다.

김태희는 간이식수술을 해야살 수 있지만 3년 전 수술부위와 이식부위가 겹치며 유착 때문에 수술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정웅인과 주원을 비롯해 뛰어난 외과의사가 더 필요한 상황에서 아까운 시간만 흘러갔다.

그는  수술을 받지 않겠다며 바람의 언덕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주원은 "두 번째 키스를 하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거야"라며 애틋한 입맞춤을 나눴다. 그리곤 수술을 받고 '용팔이'를 불렀다.

'용팔이'는 여러모로 많은 걸 남긴 드라마. 올해 주중극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최다 불만사항의 드라마로도 꼽힌다.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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