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종부세 완화 주장, 다른 '속셈'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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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최근 민간의 자발적인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1가구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다주택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종부세 부과 기준을 1주택자와 동일하게 완화해 전월세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한국주택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다주택자 임대주택 공급 지원을 위한 조세 개선방안’ 연구 결과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 완화 주장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놨던 주장이다. 전세 등 국내 임대 주택의 약 90%를 다주택자 등 민간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꾸준히 임대주택사업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도 같은 이치다. 다주택자를 투기자로 볼 게 아니라 건전한 임대주택 공급처로 인정하고, 제도권 내로 끌어 들여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완화나 폐지 검토해야

현재 다주택자 등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대부분이 미등록이어서 정부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전문가들은 “민간이 공급하고 있는 정확한 임대주택 규모를 알아야 전·월세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왔다.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논린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다주택자는 1주택자에 비해 세 부담이 커 전·월세 주택 공급 확대에 제약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과연 지금 상황에서 종부세를 완화한다고 해서 전·월세난 해갈에 도움이 될까.

한 시장 전문가는 “최근의 전·월세난은 저금리 현상과 주택 자체가 부족해 생긴 문제”라며 “종부세를 완화해 한다고 해서 없던 집이 확 생겨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는 이어 “종부세 완화 등을 통해 당장 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효과를 보려면 미분양 주택이 대거 쌓여 있어야 한다”며 “자산가들이 놀고 있는 미분양 주택을 사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 전·월세난 해갈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미분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선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또다른 시장 전문가는 “종부세를 완화한들 자산가들이 사들여 공급할 주택이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의 종부세 완화는 1~2년 후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조세평등주의 위배 등의 논란이 있는 종부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사업자 규제 완화나 종부세 완화 등을 통해 꾸준히 민간 임대주택사업자를 제도권 안으로 끌여 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최근의 전·월세난 완화 해법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타이밍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 주택업체 임원은 “섣부른 종부세 완화 주장은 자칫 부자감세 논란을 야기해 종부세를 더욱 견고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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