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 짧게~ 당일 여행도 거뜬, 싸게~ 엔저로 쇼핑 매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기사 이미지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의 바다 색깔이 아니다. 대마도 미우다 해변에도 에메랄드빛 바다와 너른 백사장이 있다. 일본 100대 해수욕장으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쓰시마(對馬島)를 아십니까? 괄호 속 한자가 ‘대마도’라는 걸 어렵지 않게 읽으셨겠지요. 아시다시피 대마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입니다. 부산에서 남동쪽으로 49.5㎞ 떨어져 있지요. 부산항에서 대마도 히타카쓰(比田勝)항까지 딱 1시간 10분 걸립니다. 여권에 도장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엄연한 외국이지만, 어지간한 아침 출근길만큼 짧은 셈입니다.

부산서 49.5㎞ 일본 대마도

기사 이미지

대마도가 얼마나 가까운지 볼까요? 가령 울릉도는 당일여행이 불가능합니다. 강원도 동해에서 울릉도가 약 160㎞ 떨어져 있지요. 쾌속선을 타도 이동시간만 왕복 6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대마도는 당일여행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당일 여정으로 대마도를 갔다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날짜마다 출발시간이 다른데, 오전 7시 부산에서 출발해 대마도에서 오후 5시 나올 수 있습니다. 왕복 이동시간이 2시간 20분에 불과하니, 한나절 여행으로 거뜬합니다.

대마도 여행이 인기를 끈 건 2011년부터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뱃길이 끊겼다가 그해 9월 부산과 대마도를 잇는 쾌속선이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폭증했습니다. 쓰시마 부산사무소에 따르면, 대마도를 찾은 한국인은 2012년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는 이미 7월에 10만 명을 넘겼습니다. 대마도 상품을 파는 여행사에 따르면 배편이 모자라 손님을 더 받지 못하는 때도 많답니다. 현재 대마도 방문객의 90%가 한국인입니다. 나머지 10%는 일본인이라네요.

대마도 여행의 키워드는 쇼핑입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은 없지만, 마트에서 한 보따리씩 장을 봅니다. 히타카쓰항에서 만난 서지혜(34)씨도 두 손 가득 비닐 봉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제주도보다 가깝고 여행경비도 싸서 훨씬 부담이 적어요. 쇼핑할 것도 많고요.”

한국인이 대마도에서 사는 물건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파스·소화제·안구세척제·무좀약 등이 이른바 ‘대마도 쇼핑 핫 리스트’랍니다. 술·담배·과자 등 전통의 쇼핑 품목도 여전히 인기라지요.

대마도 어디를 가도 한글 천지입니다. 마트 앞에도, 식당 메뉴판에도, 호텔 객실에도 한글이 적혀 있습니다. 산길에는 한글로 ‘출입금지’라고 쓴 안내판이 걸려있고, 길가 재떨이 앞에는 ‘휴지는 버리지 마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사실상 대마도를 먹여살린다고 해서 우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마도 남쪽 이즈하라(嚴原)의 한 선술집 대문에 ‘한국인 출입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을 봤을 때는 조금 당혹스러웠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혹시 누군가 소란을 피웠기 때문일까요?

대마도는 여행할 이유가 충분한 섬입니다. 가장 짧고, 가장 싸고, 가장 효과적인, 그래서 가장 이색적인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섬입니다. 무엇보다 대마도에는 쇼핑 말고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수두룩합니다. 대마도 여행의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섬 한 바퀴 탐방 유쾌

원시림 트레킹   상쾌

볼락 낚시 손맛  통쾌

즐길 거리 많은 대마도

대마도는 즐길 거리 많은 매력적인 섬이다. 길쭉한 섬 구석구석에 보물 같은 풍경을 감춰두고 있다. 1박2일 동안 부지런히 돌아다녀 대마도를 여행하는 네 가지 방법을 추렸다. 대마도의 매력은 산에도, 바다에도, 마을에도, 마트에도 있었다.

삼나무 우거진 원시림을 걷다 - 산행

시라다케 정상 오다케 바위에 올라섰다. 너울처럼 일렁이는 산자락과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발 아래로 펼쳐졌다.

기사 이미지

대마도(對馬島)는 이름처럼 말 두 마리가 마주보는 형상의 섬이다. 유인도 3개가 남북으로 길게 누워있다. 대마도를 이루는 섬은 모두 109개나 된다. 대마도는 생각보다 크다. 면적이 709㎢로, 부산시와 비슷하다. 섬의 89%가 산지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길게 누운 섬을 따라 이어진다.

최근 들어 대마도에서 등산을 즐기는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대마도 최고봉은 야타테산(矢立山·649m)이다. 한국인은 남섬 중앙에 있는 아리아케산(有明山·558m)을 많이 찾는다. 등산로가 이즈하라(嚴原) 중심가에서 곧장 연결되고 길이 험하지 않아서다.

기사 이미지

시라다케는 1932년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돼 함부로 개발할 수 없다. 온통 초록빛으로 우거진 원시림이 살아 숨 쉬고 있다.

week&은 시라다케(白嶽·519m)를 올랐다. 예부터 대마도에서 신성시했던 산으로, 자연 경관도 최고로 꼽힌다. 수령 50년이 훌쩍 넘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빽빽한 산이다. 1932년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해 숲을 개발하거나 함부로 나무를 벨 수 없게 했단다.

이즈하라항에서 버스로 30분을 달려 산행 기점인 스모 시라다케(洲藻白嶽)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여기에서 시라다케 정상까지 편도 4.6㎞ 거리다. 초반 2.4㎞는 오솔길이었다. 달개비꽃·꽃무릇 등 친숙한 야생화가 길섶에 피어있었다. 본격적으로 산에 들자 숲이 더 울창해졌다. 이끼가 삼나무 기둥부터 길바닥의 돌까지 눈앞의 모든 것을 덮고 있었다. 숲 전체에 초록색 살얼음이 낀 것 같았다. 이정표가 많지 않아 집중해서 길을 찾아야 했다. 산에서 만난 사람은 단 5명, 바람마저 빗겨가는 듯 숲은 고요했다.

정상 700m 전부터는 경사가 가팔랐다. 몇몇 구간에서는 로프를 잡고 올라갔다. 20분을 낑낑거리고 오르자 별안간 시야가 밝아졌다. 정상에 우뚝 선 바위 메다케(雌岳)와 오다케(雄岳)가 맞아주었다. 오다케에 오르니 절경이 펼쳐졌다. 발 아래로 산 능선이 파도처럼 넘실거렸고 능선 머너로 아소만(淺茅灣)과 쓰시마 해협, 대한해협 등 섬을 둘러싼 바다가 드넓게 펼쳐졌다. 버스정류장에 돌아오니 4시간 30분 걸렸다.

초보자도 짜릿한 손맛 경험 - 낚시

파도가 잔잔한 아소만은 바다낚시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기사 이미지

섬에 들어왔으니 바다 낚시를 하고 싶었다. 대마도의 주요 낚시 포인트는 모두 11곳이다. 전문 낚시꾼은 감성돔과 방어가 많이 잡힌다는 남섬 서쪽의 고모다(小茂田) 해역에서, 초보자는 파도가 거의 없는 아소만에서 낚싯대를 던진다.

여든한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요시노 코타로(吉野 鋼太郞) 선장의 5t짜리 낚싯배 스미요시(住吉)호를 타고 아소만으로 나갔다. 작은 섬에 둘러싸인 잔잔한 바다 가운데에서 선장이 시동을 껐다. 그리고 어군 탐지기를 가리켰다. 오른쪽 가장자리에 물고기떼가 보였다. “9월에는 돔·놀래기·오징어·고등어가 많이 잡힙니다. 낚시 바늘을 새우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끼우면 됩니다.”

낚싯줄을 바다에 던졌다. 수심은 31m. 빠르게 풀리던 낚싯줄이 바닥에 닿았다. 릴을 감아 낚싯줄을 팽팽히 당긴 다음 입질을 기다렸다. 바다 낚시가 익숙하지 않아 한 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1분도 되지 않아 무언가 낚싯대를 당기는 느낌이 왔다. 확 챘다. 계속해서 채고 있으니 요시노 선장이 “한 번만!”이라고 외쳤다. 여러 번 챌 경우 물고기가 바늘에서 떨어져 도망갈 수 있어서였다.

낚싯대 끝이 활처럼 휘었다. 수심 2m쯤 되는 지점부터 몸부림치는 물고기가 보였다. 길이 20㎝ 정도는 돼 보였다. 선장이 “아지(アジ·전갱이)”라고 했다. 그 뒤로 낚싯대를 드리울 때마다 손맛을 느꼈다. 대부분이 전갱이였고, 실꼬리돔·보리멸·황매퉁이·볼락·고등어도 잡았다. 1시간 남짓한 시간에 10명이 30마리쯤 낚았다. 괜찮은 조황이었다. 요시노 선장은 잡은 물고기로 능숙하게 회를 떴다. 배에서 먹는 회의 맛은 뭍에서 먹는 회와 비교할 수 없었다. 한국 강태공이 대마도 바다를 동경하는 이유를 알 만했다.

명소 따라 대마도 한바퀴 - 일주 투어

에보시다케 전망대에서는 아소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대마도는 한국과 연이 깊다. 과거 조선통신사의 기착지가 대마도였다. 조선의 문물을 받아들였던 창구가 지금은 한국인의 여행지가 돼 있다. 대마도가 처음이라면 섬 일주 관광이 알차다. 대마도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우리 선조의 흔적도 더듬을 수 있다.

기사 이미지

이즈하라에 있는 조선통신사 행렬 벽화

이즈하라의 가와바타(川端) 거리는 지금도 조선통신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400m 길이의 냇가를 따라 조선통신사 행렬을 그린 벽화가 빼곡했다. 이즈하라에서는 조선통신사 기념비 외에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1912∼89)의 결혼 봉축 기념비, 독립운동가 최익현(1833∼1906)의 순국비도 있었다. 다만 비석으로만 남아있는 것이 아쉬웠다.

기사 이미지

반쇼인에서 만난 거대한 삼나무

경치는 대마도 지배층의 묘가 있는 사찰 반쇼인(萬松院)이 빼어났다. 대숲과 삼나무숲이 우거져 걷기에도 좋았다. 123개 돌계단을 올라 만난 천년 수령의 삼나무는 영험해 보였다.

대마도 최북단 와니우라(鰐浦)에 다다랐다. 대마도에서 흔한 게 바다라지만, 와니우라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달랐다. 절벽 끝에 한국전망대가 있어서였다. 한국식 기와를 얹은 전망대에 오르니 대한해협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망원경이 없어도 부산 해운대의 스카이라인이 보였다.

전망대 인근에는 일본 100대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미우다(三宇田) 해수욕장이 있었다. 바닷물 색깔이 동남아시아의 어느 휴양지 못지 않게 고왔다. 해안 절벽과 바위섬이 에워싸고 있어 물장구치기에도, 기념사진을 찍기에도 훌륭했다.

섬 중앙의 에보시다케(烏帽子岳) 전망대도 빠트릴 수 없는 장소다. 해발 173m에 불과한데도 대마도 최고의 전망지로 꼽힌단다. 전망대에 올랐다. 주변에 큰 산이 없어 동서남북 어디로든 시야가 열렸다. 전날 가봤던 시라다케와 아소만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소만의 수많은 섬을 발 아래에 두고 한참을 내려다봤다. 영락없는 우리의 다도해 풍경이었다.

이민 가방을 가득 채우다 - 쇼핑

기사 이미지

한국어로 환영 현수막을 내건 마트

대마도는 일본의 벽촌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오사카(大阪) 못잖은 쇼핑여행지다. 우선 엄연한 해외여행이어서 ‘면세쇼핑’의 기회가 있다.

마침 부산시 초량동 국제여객터미널이 8월 31일 새 모습으로 개장했다. 3층 출국장에 면적 895㎡에 이르는 면세점을 들여놨다. 구 터미널 면세점보다 4배 이상 커졌고, 브랜드도 200여 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루이뷔통 같은 고가 브랜드는 없지만 화장품·선글라스 등 살만한 물건이 많았다. 이달 말까지 10달러 이상 구매하면 10% 할인해준다.

선내면세점도 있다. 품목은 30여 개뿐이지만, 환율이 월 단위로 고정되고 가격도 싼 편이다. 지난달 11일 터미널 면세점에서는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240달러(약 28만7000원), ‘에세’ 담배 1보루를 18달러(2만1000원)에 팔았다. 그러나 부산∼이즈하라 노선을 운항하는 미래고속 선내면세점에서는 같은 제품을 23만원과 1만9000원에 팔았다. 미래고속 한지연(28) 승무원은 “대마도로 들어가는 배에서 면세품을 미리 주문하고 부산으로 돌아갈 때 인도받으면 여행 내내 들고다닐 필요가 없다”고 귀띔했다.

이즈하라항에 도착하자 큼지막한 이민가방을 끌어내리는 한국인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인 대부분은 시내 면세점보다 항구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티아라 쇼핑몰로 향했다. 식료품·생필품 쇼핑의 메카로 통하는 곳이다. 티아라 1층 대형마트는 카레·라면·과자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품목을 따로 진열해 놓고 있었다. 파스·소화제 등 의약품은 마트 옆 드러그스토어 미도리(みどり)에서 샀다. 대마도에서도 드물게 두 상점 모두 신용카드를 쓸 수 있었다. 미도리에서는 5000엔(5만원) 이상 구입하고 면세 혜택도 받았다. 여권을 보여주고 소비세 8%를 제외한 금액만 결제했다.

기사 이미지

부산과 대마도를 잇는 쾌속선

기사 이미지

여행정보= 한국에서 대마도로 가는 정기 항공편은 없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매일 3∼5차례 이즈하라·히타카쓰행 여객선이 운항한다. 이즈하라까지 약 2시간, 히타카쓰까지 약 1시간 10분 걸린다. 반드시 여권을 챙겨야 한다. 대마도 숙소는 다소 불편하다. 침대가 없는 곳이 많고, 방과 화장실도 좁은 편이다.

 시라다케는 이즈하라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게 편하다. 편도 약 4000엔(4만원). 가미아가타 택시 0920-86-2104. 아소만 낚시 체험은 1인 3000~5000엔(3만~5만원). 대마도를 대표하는 먹거리로 고구마 국수 로쿠베(ろくべえ·사진)와 해산물을 달군 돌에 구워 먹는 이시야키(いしやき)가 있다. 이시야키는 이즈하라의 시마모토(志まもと, 0920-52-5252)가 이름난 맛집이다. 여행사 여행박사(tourbaksa.com)가 대마도 여행상품을 판다. 1박2일 기준 자유여행 11만4300원부터, 패키지여행 22만4000원부터(부두세 포함). 070-7012-5961.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