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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바다 아닌 뭍에서도 범고래 무리 볼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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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문을 연 하로호텔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곳에 세계적인 휴양 섬 산후안(San Juan)이 있다. 섬 전체에 신호등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한가하다. 1900년대 초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풍스런 리조트가 즐비하고, 카누·카약·세일링 등 다양한 레포츠도 즐길 수 있어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적 휴양 섬 워싱턴주 산후안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산후안섬의 첫 번째 주인은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이 떠나자 1818년부터 섬 북부에는 영국인이, 남부에는 미국인이 모여 살았다. 1872년 11월부터 완전히 미국 영토가 됐다.

산후안섬에는 미국 정부가 인증하는 국립역사공원(National Historical Park)이 두 곳 있다. 한 곳은 북쪽의 영국군 캠프이고, 다른 한 곳은 남쪽의 미군 캠프다. 지금은 두 곳 모두 1800년대 중반 지었다는 군대 막사 몇 개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지만, 역사적인 의의는 크다. 바로 이 섬에서 미국과 영국이 무력충돌 없이 평화롭게 영토 분쟁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영국군 캠프에서 행사가 열리면 영국 국기인 ‘유니온 잭’을 게양한다. 미국의 국립역사공원 중에서 다른 나라의 국기를 거는 곳은 산후안섬 영국군 캠프가 유일하다.

역사 유적지인 미군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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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안섬에는 독특한 볼거리가 또 있다. 바로 고래다. 고래 중에서도 가장 포악하다는 범고래(Killer Whale)를 볼 수 있다. 보통 ‘고래 투어’라고 하면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는 여행을 가리킨다. 그러나 산후안섬에서는 뭍(라임 킬른 주립공원)에서 범고래 무리를 볼 수 있다. 안내를 맡은 산후안 국립역사공원 바바라 마렛은 “범고래 세 가족 14마리가 가끔 공원 해안가를 따라 돌아다닌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라임 킬른 주립공원을 찾은 날은 날씨가 흐려 범고래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대신 시내에 있는 고래 박물관에서 범고래를 만났다. 2층짜리 작은 박물관이지만 실물 크기의 범고래 뼈가 2층 전시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범고래 세 가족 14마리의 특징은 물론이고, 가계도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산후안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상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켄모어항공(kenmoreair.com)이 시애틀 유니온 레이크에서 산후안섬까지 매일 4차례 운항한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전경은 덤이다. 왕복 요금 약 300달러(36만원).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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