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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영박물관, 150년만에 외국인 관장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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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브르박물관(지난해 970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관람객이 많은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670만명)이 15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관장을 맞는다. 독일인 예술사학자인 하르트비크 피셔(53)다.

영국 언론들은 지난달 29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피셔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말로 은퇴하는 닐 맥그리거(69) 관장의 후임이다. 대영박물관을 외국인이 이끈 건 이탈리아인 안토니 파니지 관장(1856~66년 재임)이 마지막이다.

피셔는 2006년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칸딘스키전을 공동 기획한 일을 제외하면 영국을 근거로 활동한 적이 없다. 이로 인해 영국에서는 ‘깜짝 기용’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영국 내에서는 “피셔 박사는 세계에서 탁월한 박물관 관장 중 한 명이다. 학자로뿐만 아니라 행정가, 언어학자로서도 대영박물관을 이끌 적임자”(리처드 램버트 대영박물관 재단이사회 의장)라는 평가가 주류다.

그는 독일 함부르크 출신으로 독일의 본·베를린,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사·고고학·철학 등을 공부했다. 덕분에 독일어 외에 영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에 능통하다. 2001년 스위스의 바젤시립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첫발을 내디뎠다. 2006년 독일 에센의 폴크방박물관에 이어 2012년부터 14개 박물관으로 구성된 드레스덴 아트컬렉션의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독일 내에선 명성이 자자하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피셔의 런던행은 충격이자 커다란 손실”이라고 보도했다. 피셔는 “영광이다. 위대한 영국의 제도를 책임지게 될 거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누구도 대영박물관이 대표하는 바를, 영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감에 압도된다. 누구도 혼자선 박물관을 꾸려나갈 수 없다. 대영박물관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게 기대된다”고 했다.

드레스덴 아트컬렉션의 관장들은 연이어 런던 박물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피셔의 전임자였던 마르틴 로스(60)는 2011년부터 세계 최대의 장식미술·디자인 박물관인 빅토리아앨버트뮤지엄(V&A)의 관장으로 일한다. 13년간 대영박물관을 이끌며 역사상 최고의 관장으로 평가 받는 맥그리거는 독일에 문을 열 예정인 대형 박물관 훔볼트포럼의 개관준비위원장으로 일할 예정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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