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르셀로나, 스페인에서 독립 수순 밟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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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스코틀랜드에 이어 바르셀로나를 주도(州都)로 하는 카탈루냐 지방도 스페인에서 분리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지방선거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들이 과반을 차지했다. ‘찬성을 위해 함께’(Junts pel Si)와 극좌 정당인 CUP로 135석 중 72석(53.3%)을 차지했다.

스페인 정부는 영국의 스코틀랜드 대처법과 달리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11월 카탈루냐 자치정부 측에서 비공식 주민투표를 강행했으나 헌법재판소가 만장 일치로 위헌이라고 결정한 일도 있다.

이 때문에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지방선거를 주민투표 성격이라고 주장해 왔다. ‘과반 의석=독립 추인’이란 것이다. 그가 선거 후 “오늘 밤 우린 두 가지 점에서 승리를 했다. 하나는 분리독립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민주주의를 거론한 건 지방선거론 투표율이 사상 최고치(77%)여서다. 그는 2017년까지 18개월 내에 독립을 선언할 수 있도록 첫 발을 떼겠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의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겠다는 얘기다.

중앙정부는 ‘절대 불가’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어떤 법적 수단을 써서라도 카탈루냐 주의 독립을 막겠다고 공언해 온 터다. 더욱이 투표 결과가 마스 수반이 주장하듯 결정적이지 않은 점도 있다. 독립 정당들의 득표율은 48%여서 과반에 못 미쳤다.

카탈루냐 독립 문제는 해묵은 숙제다. 카탈루냐의 아라곤 왕국은 15세기 마드리드 등을 포함한 카스티야 왕국과 합병했으나 이후 독립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193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프랑코 정권이 강압적으로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 후 카탈루냐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마드리드(중앙정부)가 바르셀로나(카탈루냐)로 탱크를 보냈다”는 풍문이 돌 정도다. 부유한 카탈루냐 인들은 국가 세금의 5분의 1 정도를 내는데 돌아오는 건 한참 못 미친다며 불만을 토론한다.

당분간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정부 간 마찰이 불가피해 유럽 내 분리독립 움직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유럽연합(EU)가 그리스 위기와 난민 문제에서 단합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때 이번 선거 결과는 스페인은 물론 유럽에도 특히나 휘발성 강한 사안"이라고 해석했다.

카탈루냐 내에서도 독립할 경우 EU과 유로존을 탈퇴하는 데서 오는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에서 12월 총선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새 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 사이에 자치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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