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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아버님댁에 랍스터·킹크랩 선물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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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기도 분당에 사는 결혼 2년 차 둘째 며느리 오주현(27)씨는 지난 19일 집 근처 마트에서 ‘랍스터 선물세트’를 샀다. 이번 추석 때 시댁에 들고 갈 선물로였다. 큰형님네가 한우 세트를, 막내 도련님네가 배를 사온다고 해서다. 오씨는 “작년에 굴비 세트 가져갔는데 시댁이 제사를 지내지 않는 기독교 집안이라 랍스터를 샀다”고 했다.

3040 달라지는 명절 선물

 추석을 앞두고 3040 자녀들이 6070 부모님 세대에 선물하는 선물세트가 달라지고 있다. 1980년대부터 약 30년간 명절 선물 공식은 ‘정육 세트=한우’ ‘수산물=굴비’ ‘과일=배’였는데 그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측은 “4~5년 전부터 와인·디저트·전통주 등의 선물세트 매출이 매년 급증하고 있고 수산물은 굴비·옥돔·갈치가 꾸준히 나가는 가운데 랍스터·킹크랩·새우 등 새로운 해산물 세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마트가 추석을 앞두고 마련한 ‘캐나다산 랍스터 선물세트’는 준비한 2000세트가 완판 직전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처음 준비한 랍스터 선물세트 1000세트가 열흘 만에 완판되자 올해 물량을 두 배로 늘렸다.

 5만원 내외 선물세트의 대명사인 청과류의 경우 망고·파인애플 등이 인기다. 추석을 맞아 홈플러스가 판매하는 ‘직수입 태국 망고세트’는 9개들이 6만원이라는 가격대에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두 배 뛰었다.

 이에 대해 자녀 세대가 부모님 세대의 달라진 입맛과 성향을 반영한 선물을 사면서 이런 변화가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화여대 서선희(식품영양학) 교수는 “2010년대 들어 해산물 뷔페 등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늘고 디저트가 다양해지면서 6070세대의 식성이 많이 서구화됐다”며 “이에 따라 집안의 어른 중심으로 차려지는 명절 밥상에 올릴 선물세트 역시 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홍동백서’로 대표되던 제사상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약과나 유과 대신 치즈케이크나 수제 초코파이까지 제사상에 오른다. 이보미(33·여·서울 쌍문동)씨는 “동서와 의논해 약과 대신 시부모님과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전주 풍년제과의 수제 초코파이를 제사 음식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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