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랠리' 과연 올해는 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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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달 들어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올 여름에 '서머랠리(summer rally)'가 찾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서머랠리는 펀드매니저(주로 외국계)들이 장기간의 여름 휴가를 앞두고 주가가 오를 것을 대비해 미리 주식을 사놓으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KGI증권 윤세욱 이사는 "외국인들이 아시아 각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사들이는 '바이 아시아(Buy Asia)'전략에 따라 7~8월에 종합주가지수가 750 선까지 오르는 서머랠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국민은행에 편중됐던 외국인 매수가 최근 현대차.SK텔레콤.LG전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11월 일부 종목에 집중됐던 제한적 랠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보면 국내 증시에선 서머랠리가 별로 없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7~8월에 종합주가지수가 오른 해는 다섯 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증시가 외국인투자자들에 완전 개방되면서 서머랠리 기대가 커진 1998년 이후에도 7~8월 종합주가지수는 하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관건은 하반기에 국내외 경기가 회복될지, 외국인투자자들이 계속 주식을 살지, 그리고 시중의 부동자금이 증시로 물꼬를 돌릴지 등이다.

3월부터 오른 주가가 8월까지 계속 오른다면 상승세가 6개월간 이어진다는 얘기인데, 증시전문가들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무리라고 분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주가가 7개월 이상 올랐는데 당시엔 경기가 좋았다"며 "서머랠리가 오려면 국내 경제가 회복된다는 뚜렷한 징후들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금리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주가상승과 함께 증시로 들어올 것이란 기대도 막연한 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3~4년 전부터 저금리 기조가 본격화했는데도 그동안 증시에 돈이 잘 들어오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의 성향이 주식보다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실질 고객예탁금(고객예탁금에서 미수.신용 거래 등을 뺀 것)은 2분기에 2조1천8백억원 가량 줄었다. 주가상승으로 차익을 챙기고 증시를 빠져나간 단기자금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최근 주가상승은 경기.실적 등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는 가운데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며 "주도주 없이 순환매가 이끄는 유동성 장세는 오래 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건 '미국 경기.기업이익 회복 기대감→뉴욕 증시 상승→자금 유입→외국인 아시아 증시 매수 확대'로 선순환이 나타났기 때문인데, 이같은 연결 고리가 끊어져도 서머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3월 이후 미 주식형 뮤추얼펀드에 1백70억달러가 들어왔지만 기업실적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향후 자금유입 규모도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의 주가상승)'에서 나타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최근 만난 외국인투자자로부터 '한국 주식을 더 이상 안 산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외국인투자자는 아시아 증시가 오르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한국 주식을 따라 샀으나, 최근 상승폭이 커 차익 실현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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