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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만에 결제 … 아직 생소해 오해받기도 … 점원에 스마트폰 건네니 “남친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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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지갑을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결제를 할 수 있다. [사진 삼성전자]

‘얼리어답터’인 대학생 박경호(26)씨는 음식값·교통비를 낼 때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애용한다. 그런데 얼마 전 박씨는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커피값을 내기 위해 스마트폰을 건네자 점원으로부터 “저 남자친구 있는데요”라는 예상 외의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를 하려는 박씨의 의도를 알지 못한 채 여성 점원이 본인의 전화번호를 받으려는 행위로 착각한 것이다. 박씨가 쓴웃음을 지은 채 “스마트폰 화면을 바코드 리더기에 대주세요”라고 점원에게 말하자 3초 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값 8200원이 결제됐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가방 속에 들고 다녔던 많은 소지품이 사라졌다. MP3플레이어·게임기·다이어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지갑이 그런 운명이다. ‘페이팔’같이 인터넷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시스템이 모바일에까지 넘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애플이 아이폰6를 공개하며 근거리무선통신(NFC)을 기반으로 하는 ‘애플페이’를 출시한 지 1년 만이다. NFC라는 용어가 낯설기는 하나 지하철 교통카드와 같이 간단한 ‘태그(tag)’ 절차만 거치면 결제가 완료되는 단순한 기술이다.

 올 들어 국내서도 애플의 뒤를 이은 후발 주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성페이’, 신세계가 내놓은 ‘SSG페이’, NHN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페이코(PAYCO)’ 등 각종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됐다. 구글도 다음달 LG전자 휴대전화를 비롯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구글페이’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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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에서도 국내에선 삼성페이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17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신한·KB·삼성·현대·비씨·NH·롯데카드 등 주요 카드사의 삼성페이 사용자는 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월 20일 삼성페이가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이다. 삼성페이는 애플보다 한 발 늦은 전세를 뒤집기 위해 ‘범용성’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애플페이를 쓰려면 별도의 NFC 결제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는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약 230만 개 중 NFC 결제 단말기를 구축한 곳은 약 5만 곳에 불과하다.

 삼성페이는 일반 카드 단말기에서도 쓸 수 있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기술과 NFC 기술을 모두 지원한다.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띠 안에는 카드 번호·유효기간·검증 번호 같은 각종 정보가 포함돼 있는데, 이를 암호화한 다음 스마트폰 내부에 저장해놓은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기존 상점이 대부분 보유한 ‘긁는 방식’의 마그네틱 신용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끝난다. NFC 결제를 위해선 별도 단말기가 필요한 페이코나 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 등 대형 유통점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오직 바코드 스캔만 가능한 SSG페이 등에 비해선 사용 범위가 훨씬 넓은 셈이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매일 새롭게 가입하는 사용자가 평균 2만5000명, 거래량은 일일 평균 7억5000만원 정도”라면서 “별도의 암호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해킹을 하더라도 카드 번호는 유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페이에 적용된 암호화 기술인 ‘토큰화(tokenization)’는 결제 시마다 16자리 본래 카드 번호 대신 결제 정보를 암호화한 일회용 토큰 정보를 단말기에 전송하는 방법이다. 해킹을 당하더라도 카드 번호 유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드 번호가 ‘1234-5678-9012-3456’이라면 매번 결제 때마다 리더기에는 카드 번호가 ‘1234-8765-9012-3456’ ‘3412-5678-9012-3456’ 등으로 실제와 다르게 읽힌다는 의미다.

 간편함과 보안성을 무기로 모바일 결제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넘보고 있지만 미완의 숙제도 아직 존재한다. 스마트폰이 처음 생겨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도 세대·계층별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생겨나고 있다. 삼성페이만 하더라도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S6, 갤럭시S6 엣지 이후 나온 스마트폰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가격이 100만원 내외인 최고급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만 모바일 결제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중장년층은 아무래도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는 데 서투르고 어색하다”면서 “서비스 업체들도 출고가 기준으로 50만~6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에까지 모바일 결제 적용 범위를 넓혀야 비로소 대중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간에 칸막이도 존재한다. 가령 국내 스타벅스에선 신세계가 내놓은 SSG페이로 커피를 사 마실 수 있다. 그러나 삼성페이로는 스타벅스를 이용할 수가 없다. 이마트를 비롯한 신세계 계열 유통점이 삼성페이에 가맹점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인 신세계그룹 내 IT서비스 업체인 신세계INC 관계자는 “우리도 모바일 결제 시스템 개발을 위해 1년 넘게 준비했다”면서 “간편 결제를 활용하면 소비자를 더욱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이마트·위드미(편의점) 등의 유통 채널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회원만 2100만 명이나 된다. 삼성페이는 삼성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하지만 SSG 페이는 애플 스마트폰 이용자들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사용 가능하다.

 아이폰 사용자들도 국내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애플페이는 미국에서는 맥도날드 1만4000개 매장을 비롯해 소매점 22만여 곳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NFC 단말기 보급 문제로 아직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모바일 송금 애플리케이션 ‘토스(Toss)’를 만든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내놓은 서비스를 살펴보면 그들의 서비스 범위 내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사용자로서는 어느 곳을 가든, 어떤 재화를 구매하든 간에 통할 수 있는 범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성공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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