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호텔롯데 상장, 아버지가 100%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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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정감사에서 포털 뉴스의 편집과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에게 질의하던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오리온 초코파이를 먹고 싶은데 자꾸 롯데 초코파이가 (포털 검색에서) 앞에 있는 식이다. 롯데마트는 이렇게 안 하지 않는가”라며 신동빈 회장에게 물었고, 얼떨결에 질문받은 신 회장이 “네”라고 답했다. [김경빈 기자]

17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은 작정이나 한 듯 시종일관 ‘낮은 자세’로 임했다.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란 말을 되풀이했다.

 신 회장은 이날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내 10대 그룹 총수로선 역대 처음이다. 오후 1시50분 신 회장의 검은색 승용차가 국회 본관에 도착하자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경위와 경호원, 언론매체 등이 몰리며 일순 큰 혼잡을 빚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복귀하던 일부 의원들은 ‘무슨 일이냐’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신 회장은 곧장 국회 6층 정무위 국감장으로 향해 일반 증인석 가장 앞줄에 앉았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 8월 형제간 경영권 다툼 중에 드러난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복잡한 순환출자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신 회장은 사회의 비난 여론을 인식한 듯 두 손으로 마이크를 꼭 잡고 의원들이 제기한 지적 대부분에 수긍하며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증인석 앞 바닥에 설치된 TV 화면에 의원들이 제시한 자료가 뜰 때마다 수치나 글자를 보기 위해 상체를 세우고 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이 “왕자의 난이 끝났나. 다시 분쟁이 생길 소지가 있겠나”라고 묻자 주저하지 않고 “끝났다. 분쟁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이 “국민에게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제안하자 기다렸다는 듯 큰 소리로 “예, 용의가 있습니다”라며 일어나 “이번 가족 간 일로 우리 국민한테, 직원들에게 심려 준 점 부끄럽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호텔롯데 상장은 416개에 이르는 롯데그룹 순환출자를 풀기 위한 핵심 과제다. 그는 “내년 2분기(2015년 6월)까지 상장을 마무리 짓겠다”며 “아버님(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상장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100%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주식을 파는 구주 매출보다는 신주 발행을 30~40%로 늘려서 공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구주매출 방식으로 상장하면 (대주주인) 일본 롯데 회사들이 10조~15조원의 막대한 차익을 보게 된다’는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의 지적에 대한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신 회장은 새정치연합 김기준 의원이 “상장할 때 신규 공모 규모를 50% 이상으로 해야 진정한 한국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하자 “우선 30~40%로 한 후에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50% 이상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그룹은 국감 도중 자료를 내고 호텔롯데 상장 시 차익에 대한 세금을 한국에 내겠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 시 일본 주주들에게 상장 차익이 발생할 수 있으나, 신격호 총괄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25% 이상이면 한·일 조세조약에 의거해 차익 부분에 대한 세금은 한국 정부에 납부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며 “호텔롯데 상장 시 차익에 대해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신 회장의 특성상 발음이나 뉘앙스 차이로 인한 해프닝도 있었다.

 신 회장은 질의 초반 딱딱한 질문이 이어지다가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이 “축구 한·일전을 하면 누구를 응원하느냐”는 돌발 질문을 던지자 긴장이 풀린 듯 밝게 웃음을 지으며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죠. 미안합니다”라고 답했다. 한국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풀이되지만 다소 엉뚱한 대답에 사람들은 웃으면서도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국감 막바지에 출석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신 회장은 “변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고, 잘못하면 위기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명’을 ‘변명’과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은 이날 국감 중에 지역구 현안을 물어 눈총을 샀다. 인천 계양갑이 지역구인 그는 신 회장에게 “인천 계양산 골프장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신 회장은 잠시 당황한 눈치를 보이다 “아버님 소유라 뭐라 약속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골프장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출석 약 5시간 만인 오후 7시10분쯤 국감장을 나왔다.

글=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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