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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공산주의 세력 아니다” 1960년대 CIA 대통령 보고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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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61년 11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왼쪽 둘째). [중앙포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60년대 미 대통령에게만 보고된 대통령 일일 보고(PDB) 1만9000쪽을 16일(현지시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오직 대통령을 위한 보고’(For the President‘s Eyes Only)라는 직인이 찍힌 정보 요약 보고서로 CIA·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이 총동원돼 작성한 보고서다.

 이날 공개된 것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61~63년 재임)과 린든 존슨 전 대통령(63~69년 재임) 시절 보고서로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소 상황이나 베트남전 전황 등 전 세계 동향에 대해 상세히 보고하고 있다.

 한국(남·북한)과 관련된 문서도 다수 포함돼 있다. 1961년 6월 19일자 보고를 시작으로 1969년 1월 13일까지 총 320여 건의 문서에서 한국 정세를 보고하고 있다. 특히 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북한 동향, 한·일 관계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당시 새뮤얼 버거 주한 미국 대사의 보고를 바탕으로 작성된 PDB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박(PAK)으로 칭하며 쿠테타의 배경과 전개, 이후 상황 등을 기술하고 있다. 버거 대사는 박 전 대통령의 쿠데타를 ‘봉기(revolt)’라 지칭하며 애국적·민족주의적·반(反)공산주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은 기회주의자나 공산주의 잠복 세력에 속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61년 7월 3일자 보고서에는 한국을 ‘특별 대상’으로 기록했다. 보고서는 “박(정희)는 젊은 장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음. 초기 움직임은 미국의 목적에 부합해 보이지만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적고 있다. 그 밖에도 “박은 시민 정부로 갈 생각이 없다”,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 등 평가가 실시간으로 보고되었다.

 62년 5월 25일 보고서에는 “북한이 꾸준히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군력이 남한을 능가했으며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기는 등 남·북 문제와 한·일 관계 등도 상세히 거론됐다. 이 보고서는 민감성을 고려해 다수가 빈칸으로 지워진 채로 공개됐다. 조지 테닛 전 CIA 국장은 2000년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측에 “아무리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해도 PDB를 절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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