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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보다 차이나 리스크가 아시아에 더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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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라지브 보즈워스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지면 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출신인 그는 영국 런던 정경대(LSE)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임페리얼칼리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분석가로 일했다. [박종근 기자]

중국 불확실성(리스크)이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14일 상하이 주가가 다시 2% 넘게 떨어졌다. 광공업 생산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표가 드러나서다. 마침 경제분석 전문회사인 IHS글로벌인사이트의 라지브 비즈워스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콘퍼런스 참석차 서울을 찾았다. 본지는 차이나 리스크를 가늠해 보기 위해 이날 비즈워스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 중국이 위기의 벼랑 끝에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한 경기 둔화일까.

 “중국 경제는 조정 중이다. 구조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동시에 경기 사이클상 하강 국면에 있다. IHS는 올해와 내년에 중국 경제가 6.5%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의 목표치(7%)보다 낮다.”

 - 위기(경착륙) 가능성은 없을까.

 “IHS는 중국이 5% 이하로 성장할 때 경착륙으로 본다. 현재 경착륙 가능성은 25% 정도다. 꽤 높은 수준이다. 최근 주가 추락 때문에 경착륙 확률이 조금 커졌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중소기업은 운전자금을 증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 그 바람에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 국제결제은행(BIS)이 13일 신용거품 때문에 중국의 시중은행이 부실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9년 이후 경기 부양과 2010년 이후 그림자금융 팽창 때문에 중국 금융시장 내에 불균형이 심각하다. 여기에다 주가마저 떨어졌다. 금융 부문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졌다. 다만 중국 정부의 재정이 여전히 탄탄하다. 여차하면 공적 자금을 은행에 넣어 부실을 털어낼 수 있다.”

 - 경기가 나빠지면 신용거품이 터지지 않을까.

 “중국 경제가 앞으로 5년 동안 해마다 6~7% 정도 성장하면 빚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듯하다. 반면 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지면 빚 문제는 심각해진다.”

 요즘 ‘중국이 재채기하면 이웃 나라들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유행한다. 중국이 위기에 빠지지 않더라도 이웃 나라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 중국 경기 둔화로 한국이 위기를 맞을까.

 “한국이 중국 시장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대체로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한국 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진다. 그렇다고 한국이 위기를 맞을 것 같지는 않다. 한국 경제는 아주 잘 관리되고 있다.”

 - 다른 나라는 어떤가.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값이 올 들어서만 각각 23%와 14% 추락했다. 외환위기 조짐이다. 중국 경기 둔화에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함께 작용해서다. 자본이 신흥국에서 본격적으로 이탈하면 두 나라가 가장 취약하다.”

 - 미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변수 가운데 어느 쪽이 아시아 국가들에 더 큰 충격을 줄까.

 “미국은 인플레이션이나 실물경제 상황에 비춰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더라도 조금씩 인상할 것이다. 그래서 중국 경기 둔화가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본다.”

 - 중국 지도자들이 경제를 잘 관리할까.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등 과거를 보면 중국 리더들의 경제 관리 능력은 뛰어났다. 하지만 최근 사건을 보면 그들의 능력과 의지가 의문이다.”

 - 왜 그런가.

 “중국 정부가 최근 주가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했다. 시장의 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또 위안화를 절하시켰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15년 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위안화가 신흥국 통화의 닻 역할을 했다. 위안화 안정 덕분에 다른 나라 통화의 변동성이 줄어들었다.”

 중국 위안화는 2008년 금융위기뿐 아니라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와중에도 안전판 구실을 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값을 떨어뜨렸으면 한국과 태국 등 위기국의 통화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비즈워스는 “이젠 위안화가 더 이상 닻이 아니다”고 말했다.

 - 그 여파는 무엇인가.

 “중국 위안화 절하 이후 8월에 외환보유액이 많이 줄었다. 우리는 이미 자본 이탈을 보고 있다. 요즘 중국 기업인 등이 돈을 홍콩으로 빼내고 있다. 그 바람에 홍콩 달러 값이 오르고, 위안화 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미 기준금리 인상 이후 더 심해질 수 있다. 내가 우려하는 일은 투자자들이 중국 위안화 값 추가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다른 신흥국 통화시장이 패닉에 빠지는 사태다. 이 경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외환위기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글=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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