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힐러리, 좌파 샌더스에 두 자릿수 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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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의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원에게 추월 당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데 이어 13일(현지시간)엔 샌더스 의원에게 두 자릿수로 뒤지는 조사 결과까지 등장했다. 이날 CBS뉴스ㆍ유고브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미국 대선의 풍향계인 아이오와ㆍ뉴햄프셔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안정적으로 앞섰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묻는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은 43%를 얻어 33%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10% 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뉴햄프셔주에선 샌더스 의원이 과반인 52%를 확보해 30%를 얻은 클린턴 전 장관을 크게 앞섰다. 미국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 아이오와주이고, 그 다음이 뉴햄프셔주다. 따라서 이곳의 경선 결과는 향후 판세를 좌우한다. 2008년 민주당 경선때 첫 코커스가 열린 아이오와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게 그 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다음으로 열린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선두를 되찾았지만 결국 ‘힐러리 대세론’은 무너졌다.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해온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이 아이오와주에서 샌더스 의원에게 두 자릿수로 밀린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퀴니팩대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40%)이 샌더스 의원(41%)에게 추월 당한 적이 했지만 오차범위 내였다.

공화당에서도 한때 선두권이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CBS뉴스ㆍ유고브 조사에서 아이오와주의 경우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29%)가 1등을 질주하고, 그 뒤를 흑인 외과의사 출신인 벤 카슨(25%)이 쫓았다. 반면 부시 전 주지사는 3%에 불과했다. 이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에게도 뒤지는 지지율로 공화당 주자 중 8위에 해당된다. 뉴햄프셔주에서도 트럼프(40%)가 압도하고 카슨(12%)이 뒤를 쫓은 반면 부시 전 주지사는 6%를 얻어 공화당 주자 중 5위였다.

◇미국 대선, 인종 대결 양상=이날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가 공개한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인과 비(非) 백인 간에 표심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 대선이 열리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놓고 백인 응답자들에게선 트럼프 52% 대 클린턴 전 장관 36%로 집계됐다. 반대로 히스패닉ㆍ흑인 등 비 백인 응답자에선 클린턴 전 장관 72% 대 트럼프 19%로, 클린턴 전 장관이 10표 중 7표 꼴로 가져갔다. 이전에도 민주당은 소수 인종의 표심을 얻어 왔고 공화당은 보수 백인이 전통적 지지층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트럼프가 히스패닉을 공개 거론해 불법 이민자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대놓고 인종 대결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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